“그럼 돈은 어디서 빌리라고” 잔여한도 20% 은행권, 벌써 ‘대출절벽’ [머니뭐니]

5대 은행 올해 잔여 한도 1조원 채 안 돼
주식 빚투에 부동산 막차 수요 겹치며 폭증
은행권, 가계대출 한도 추가 감액 전망
업계선 “대출 중단 직전까지 간 상황”
한은 기준금리 인상 겹치며 ‘대출절벽’ 현실화


서울 시내 마련된 주요 은행 ATM 모습 [뉴시스]


[헤럴드경제=서상혁·유혜림 기자] 국내 5대 은행이 올해 취급할 수 있는 대출 한도가 전체의 20%가량 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막 하반기가 시작됐지만 대출 여력이 바닥을 드러낸 것인데, 금융당국의 강화된 가계부채 총량 규제를 맞추기 위해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줄이는 초강수를 둘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 전면 중단 외에 가용한 모든 수단을 쓰는 셈이다. 조만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까지 예고돼 있어 대출 절벽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9일 기준 가계대출(정책대출 제외) 잔액은 648조360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 대비 3조3846억원 늘어난 수치로 이들 은행에 허용된 올해 전체 가계대출 증가분(4조3366억원)의 78%를 채웠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침에 따라 올해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전년 1.7%에서 1.5%로 낮췄다. 이에 은행권 역시 전년 대비 취급할 수 있는 가계대출 규모가 줄어들었다.

줄어든 총량에도 불구하고 올해 한때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전년 말 대비 오히려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묶는 등 전방위 규제에 대출 취급분이 줄어든 것이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전년 말 644조9761억원에서 1분기 말 638조8020억원으로 줄었다.

본격적으로 늘어난 건 5월부터다. 코스피가 8000을 넘어서는 등 주식시장에 불이 붙으면서 신용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5월 말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3월말 대비 5조원 가량 늘어난 643조105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후 주택 구매 막차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가계대출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하반기가 막 시작한 시점에서 은행권의 가계대출 취급 한도가 채 20%도 남지 않은 만큼, 업계는 당국의 규제 수준을 맞추기 위해 남은 기간 매우 강도 높은 대출 관리에 들어갈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준수하지 않은 금융회사에 강도 높은 페널티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실제 지난해 목표치를 초과한 KB국민은행은 올해 은행권에서 가장 낮은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받아 들었다.


향후 업계의 대출 규제는 한도를 추가적으로 줄이는 방식이 유력하다. 이미 은행권은 주담대 한도를 간접적으로 제한하는 모기지신용보증(MCG)·모기지신용보험(MCI) 가입 제한은 물론이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모집인 등 채널 한도 제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신용대출의 경우 1억원 한도 제한에 마이너스 통장 만기 연장 시 미사용액은 감액하고 있다.

이미 KB국민은행은 지난 10일부터 수도권과 규제 지역에서 취급하는 주담대 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절반인 3억원으로 줄이는 핵폭탄급 규제를 시작했다. 규제지역이 아닌 곳에서도 3억원의 한도 규제를 신설했다. 전 업권이 총량규제를 적용받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한 은행이 한도를 줄이게 되면 나머지 은행으로 수요가 쏠릴 수밖에 없다.

모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원리금균등분할상환 방식이라 영업을 축소하면 대출 잔액은 다시 줄어들긴 한다”면서도 “규제 강도만 놓고 보자면 대출 전면 중단 직전까지 갔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모 고위 관계자도 “은행들이 쓸 수 있는 규제는 사실상 거의 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이 대출을 조이면서 상호금융, 카드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도 대출 심사를 강화하거나 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문턱을 더 높일 전망이다. 2금융권 역시 전년 대비 줄어든 가계대출 총량을 받아 든 가운데, 기존 차주에 은행권에서 탈락한 차주들까지 창구로 몰려들면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이미 금융당국은 지난해 가계대출 관리 목표치를 초과한 새마을금고와 3개 저축은행에 대해 올해 가계대출 순증 ‘0’이라는 고강도 제재를 내린 상황이다. 연초부터 우려됐던 대출 절벽이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가뜩이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까지 예고하고 있어 서민들의 자금난은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이번 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금리 인상 사이클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 경우 은행권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8%를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