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고객사들 하나같이 메모리 급구 요청…반도체 수요·공급 갭 무지하게 커” [SK하이닉스 나스닥 상장]

10일 나스닥 상장식 후 간담회·인터뷰 진행
KV캐시 대용량화에 메모리 수요 증가 필연적
현재 AI는 어린이 수준…AGI 도래까지 모멘텀 지속
캐파 2배 확대 발표에도 고객사 “그 정도론 부족”
LTA로 메모리 산업 비즈니스 모델 안정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SK하이닉스 나스닥 상장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헤럴드경제=이정완·박지영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여전히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슈퍼 모멘텀’ 초입 단계라고 평가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과 같은 경기순환적 산업 구조에서 벗어났다는 분석이다. 범용인공지능(AGI)로 향하는 여정 속에서 메모리 수요는 필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 ADR 나스닥 상장식 전 최 회장이 만난 고객사도 입을 모아 메모리 공급을 요청했다. SK하이닉스가 앞으로 5년 내에 반도체 생산능력(CAPA)을 2배 늘리겠다고 했지만 고객의 요청은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 AI는 4~5살 짜리 어린이”=10일(현지시간)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이후 현지 특파원 및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가졌다.

최 회장은 특파원단을 만나 “수요와 공급의 격차가 무지하게 크다”며 “현재로 보면 수요가 증가하는 속도가 공급이 증가하는 속도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KV캐시(LLM이 이전에 읽은 문맥을 다시 계산하지 않도록 GPU에 저장해두는 임시 기억 공간)의 대용량화가 이 같은 변화를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최 회장은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거대언어모델(LLM) 성능을 유지하려면 엄청난 양의 데이터 임시 저장 공간인 KV캐시 메모리가 필요하다”며 “과거 PC나 스마트폰 시대에는 수요에 한계가 있었지만 AI 시대에는 한 사람이 수백 개의 AI 비서를 거느릴 수 있어 수요의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인간처럼 스스로 학습하고 추론하는 AGI 시대가 도래하면 메모리 수요가 더 늘어난다고 전망했다. 최 회장은 “지금 AI는 4~5살짜리 어린이인데 AI가 성숙해 AGI로 가려면 엄청난 양의 학습을 해야 한다”며 “메모리를 덜 쓰는 기술 혁명이 일어나도 수요가 늘어나는 걸 막을 방법이 없다”고 분석했다.

▶“고객사들, 캐파 5~6배 확대 요청”=최 회장은 나스닥 상장식이 열린 뉴욕을 찾기 전에 캘리포니아에 들러 고객사를 만났다. 고객들은 “어떻게 하면 메모리를 받을 수 있는지”, “어떻게 생산량을 늘려서 공급할 건지” 한 목소리로 물었다는 게 최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폭증하는 수요가 1~2년 안에 끝날 것으로 전망하지도 않았다.

이 같은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말 용인·청주·광주에 80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공급 과잉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기우라는 게 최 회장의 생각이다.

최 회장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향후 5년 안에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는데 주요 고객사는 ‘그 정도론 부족하니 5~6배로 늘려달라’고 요청한다”며 “AGI 도입과 정착을 이루기 전까진 강력한 수요 모멘텀이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시클리컬(Cyclical)한 메모리 산업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데 장기공급계약(LTA)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우리가 먼저 요구한 게 아니라 물량 확보가 급한 고객사가 먼저 LTA를 제안해오고 있다”며 “LTA가 정착되면 불황이 오더라도 일정 물량과 가격을 방어할 수 있어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안정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메모리 별개로 AI 분야 수백억달러 투자 기대”=SK하이닉스는 현지 고객사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미국 투자 계획도 세우고 있다. 반도체 생산공장을 비롯해 미국 내 AI 생태계에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 2월 신설한 미국 AI 컴퍼니가 이를 주도할 전망이다.

최 회장은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에 반도체 생산공장을 건설할 가능성이 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가능성은 있지만 조건이 맞아야 한다”며 “안정적인 전력과 깨끗한 용수, 충분한 부지, 숙련된 인력, 공급망 생태계가 충족된다면 미국에 짓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메모리와 별개로 AI 분야에서 수백억달러 규모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며 “AI 데이터센터, AI 기술, 스타트업, 그리고 여러 파트너들과의 합작사업(JV) 등 다양한 AI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