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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한 유해란. [사진=LPGA] |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유해란이 LPGA투어 시즌 네번째 메이저 대회인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910만 달러)에서 메이저 연속 우승을 거두며 한국여자골프의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유해란은 12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경기에서 이븐파를 기록해 최종 합계 19언더파 265타로 브룩 헨더슨(캐나다)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첫 홀서 버디를 잡아 우승했다.
유해란은 3주 전 열린 시즌 세번째 메이저 대회인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의 기쁨을 누렸으며 이날 2회 연속 메이저 제패에 성공했다. 한국 선수가 한 시즌에 메이저 2연승을 달성한 것은 2013년 박인비 이후 13년 만의 경사다.
이번 우승으로 유해란은 에비앙 챔피언십이 메이저 대회로 승격된 2013년 이후 김효주(2014년)와 전인지(2016년), 고진영(2019년)에 이어 이 대회를 제패한 네 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침체기에 빠져 있던 한국 여자골프는 유해란의 메이저 연승을 통해 확실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한국 여자골프는 지난해 메이저 무관의 침체기를 겪었다. 또한 2024년에는 시즌 개막 후 무려 15개 대회 연속으로 우승을 신고하지 못하는 역대급 슬럼프를 겪었다. 한국이 주춤한 사이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한 국가가 바로 일본이었다. 일본은 지난해 7승을 합작해 최다승 국가에 올랐다.
한국은 주력선수들의 부상과 노쇠화, 그리고 KLPGA 투어의 호황으로 인해 유망주들의 해외 진출 속도가 더뎌지면서 세대교체 타이밍이 늦어졌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유해란의 메이저 연속 우승으로 부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유해란은 메이저 대회 성적을 합산해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롤렉스 아니카 메이저 어워드’ 부문에서 120점을 획득해 1위인 넬리 코다(126점)를 6점 차로 바짝 추격했다.
여자 골프 역사상 한 해에 두 명의 ‘메이저 다관왕(2승 이상)’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랭킹 1위 코다가 올해 앞선 두 개의 메이저 대회인 셰브런 챔피언십과 US 여자 오픈을 석권한 바 있다.
유해란은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AIG 위민스오픈에서메이저 3연승에 도전한다. AIG 위민스오픈은 오는 30일부터 로열 리덤 앤 세인트 앤스에서 개최된다. 코다와 ‘메이저 퀸’의 자리를 놓고 우승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전날 3라운드에서 메이저 사상 18홀 최소타 신기록인 11언더파 60타를 몰아치며 3타 차 선두로 올라선 유해란의 최종라운드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우승에 대한 중압감 탓인지 샷과 퍼트가 흔들리며 전반 내내 고전했다. 그사이 경쟁자들의 추격은 매서웠다. 특히 헨더슨은 홀인원 한 개를 포함해 이글만 3개를 잡아내는 불꽃타를 휘두르며 유해란을 강하게 압박했다.
그래도 승리의 여신은 유해란에게 손을 내밀었다. 유해란은 17번 홀까지 보기만 1개를 범하며 공동 선두를 허용하는 위기에 몰렸으나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5m 거리의 극적인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갈 수 있었다.
유해란과 공동 선두로 18번 홀을 맞았던 이와이 아키에(일본)는 마지막 홀에서 티샷을 당겨치면서 파에 그쳐 1타 차로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하고 단독 3위(18언더파)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17번 홀에서 짧은 파 퍼트를 놓쳐 우승 경쟁에서 탈락할 것 같던 헨더슨은 18번 홀에서 2온에 성공한 뒤 2.4m 거리의 이글 퍼트를 집어넣어 유해란과 연장전을 치를 수 있었다.
18번 홀에서 치러진 연장전에서 유해란의 집중력이 빛났다. 2온에 성공한 유해란은 10m 거리의 이글 기회에서 침착하게 2퍼트로 버디를 잡아 승부를 끝냈다. 세번째 샷으로 그린을 노린 헨더슨은 그린을 놓쳤으며 그린 주변 러프에서 ‘칩인 버디’를 노렸으나 파에 그쳤다.
헨더슨은 “연장전에 진출하게 되어 확실히 매우 흥분됐다”며 “조금 더 잘 쳤으면 좋았겠지만 유해란 선수가 정말 멋진 경기를 펼쳤다. 축하를 건넨다”고 밝혔다.
한국 선수들의 축하 세례를 받은 유해란은 샴페인에 흠뻑 젖은 채 “지금은 그저 꿈만 같다”고 말했다. 유해란은 공식 인터뷰에서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메이저 우승 트로피가 하나도 없었는데, 3주 만에 두 개가 됐다”며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만화 같은 일이 일어났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유해란은 과거와의 특별한 인연도 소개했다. 유해란은 “2015년 주니어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때 ‘나중에 커서 이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면 어떤 기분일까’를 상상하곤 했다. 11년 만에 그 꿈을 이곳에서 이뤄내 말로 표현할 수 없이 행복하다”고 전했다. 최종일 중압감에 대해서는 “버디가 나오지 않아 답답했지만 마지막까지 나 자신을 믿고 한 샷 한 샷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유해란은 메이저 2연승으로 50억원이 넘는 ‘잭팟’을 터뜨렸다.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우승 상금 30억 원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 약 21억 원(150만 달러)의 우승 상금을 추가했다.
임진희는 마지막 날 버디 7개에 보기 1개로 6타를 줄여 최종 합계 15언더파 269타로 야마시타 미유, 사이고 마오(이상 일본)와 함께 공동 4위에 올랐다.
이소미도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잡는 무결점 플레이로 7언더파 64타를 때려 최종 합계 11언더파 273타로 공동 10위를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