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MRI 없이도” 생활 데이터 분석…‘뇌혈관질환’ 미리 잡아낸다

- KAIST-성균관대-고대 안암병원 공동연구


고령자의 집에서 비접촉식 센서로 수집한 활동, 수면, 생활리듬 및 실내환경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건강군과 진단군 사이의 ‘진단 전 위험군’를 식별하고, 해당 위험군 내에서 진단 시점이 가까워지는 ‘임박 위험’을 평가한다.[KAIST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고령자의 일상생활 데이터를 분석해 집에서 나타나는 작은 변화만으로 뇌혈관질환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KAIST는 건설및환경공학과 임리사 교수 연구팀이 성균관대학교 정조운 교수,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경과 조경희 교수 연구팀과 함께 실제 고령자의 주거환경에서 장기간 수집된 라이프로그 데이터를 활용해 뇌혈관질환 진단 전 위험단계를 식별하고, 진단이 임박한 위험 상태까지 평가하는 AI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병원에서 질환이 확인된 이후 대응하는 기존 방식에서 나아가, 일상생활 속 활동, 수면, 생활 리듬의 변화를 통해 위험 신호를 조기 포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번 연구는 ㈜리본케어가 실제 주거환경에서 수집한 고령자 1224명의 라이프로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행됐다. 연구팀은 14일 단위로 구성한 총 1만 3362개의 생활 데이터 표본을 분석해 질환이 발생한 뒤 병원에서 치료하는 기존 접근에서 벗어나, 일상생활 속 미세한 변화만으로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생활 패턴 변화를 분석해 뇌혈관질환 진단이 가까워진 상태까지 평가하는 데 성공했다. 진단 전 4주 이내의 생활 데이터를 ‘진단 임박 구간’, 진단 12주 이전의 데이터를 ‘비임박 구간’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AI는 두 구간을 96.53%의 높은 정확도로 구분했다. 이는 병원을 찾기 전에도 일상생활 속 작은 변화만으로 뇌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졌는지를 미리 파악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분석 결과 뇌혈관질환 진단 전 위험단계에 있는 고령자는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도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등 수면을 준비해야 할 시간대의 생활 리듬이 불규칙한 경향을 보였다. 즉 잠드는 시간이 늦고 낮과 밤의 활동 차이가 뚜렷하지 않은 생활 패턴이 뇌혈관질환 진단 전 위험 신호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공동연구진. 정조운(윗줄 왼쪽부터) 성균관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임리사 KAIST 건설및환경공학과 교수, 조경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 백정엽 KAIST 응용과학연구소 박사.[KAIST 제공]


또한 뇌혈관질환 진단이 가까워질수록 저녁 시간대인 오후 6시부터 밤 10시 사이 활동량이 눈에 띄게 줄고,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실내 습도가 낮아 건조한 환경 역시 진단이 임박한 상태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뇌혈관질환의 발생 시점을 예측하거나 병원 진단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과 조기 진료를 지원하기 위한 보조 기술이며, 실제 임상 적용을 위해서는 더 큰 규모의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전향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리사 교수는 “향후 스마트홈, 실버타운, 고령자 돌봄 서비스, 지역사회 건강관리 시스템 등에 적용될 수 있다”면서 “특히 혼자 생활하는 고령자나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사람의 위험 신호를 조기에 파악하고, 의료진 또는 돌봄 인력이 병원 방문이나 추가 관찰이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보조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국제학술지 ‘npj Digital Medicine’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