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개 가입해도 중복보상 불가…한도 내 비례 보상
지연보상 특약, 정액 지수형·지출 실손형 구분 필요
안경 파손·캐리어 스크래치·현금 분실 보상서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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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이 출국하는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헤럴드DB] |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 귀국 항공편이 약 5시간 지연된 A 씨는 항공기 지연보상 특약에 가입해 둔 여행자보험을 떠올리고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회사의 답변은 ‘지급 불가’였다. A 씨가 귀국편에 가입한 특약이 실제 지출한 금액만 보상하는 실손형이었기 때문이다. 지연된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쓴 돈이 없었던 A 씨가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은 0원이었다.
금융감독원은 여름 휴가철 성수기를 맞아 여행자보험 가입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이 같은 분쟁조정사례와 가입 시 유의사항을 정리해 12일 안내했다.
여행자보험은 국내·외 여행 중 발생한 신체의 사망·후유장해, 상해·질병으로 인한 치료비와 휴대품 분실, 배상책임, 항공기 지연 등으로 인한 재산상 손해를 보장하는 종합보험이다. 통상 1년 이하 기간으로 가입하는 단기보험으로, 여행 출발 전 보험회사 홈페이지나 앱 등 온라인 창구에서 쉽게 가입할 수 있다.
다만, 가입 단계부터 유의할 점이 있다. 여행자보험은 여러 개에 가입해도 중복으로 보상되지 않고 손해액을 한도로 비례해 보상된다. 두 보험사에 동일한 조건으로 가입한 뒤 해외 치료비 100만원을 각각 청구하면 두 회사가 50만원씩 나눠 지급하는 식이다. 질병·직업 등 주요 사항을 보험회사에 알리는 고지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거나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보상 시 본인이 부담하는 자기부담금은 치료비 등 인보험에서는 총의료비의 일정 비율로, 휴대품 분실 등 물보험에서는 일정 금액으로 부과되며, 자기부담금이 높을수록 보험료는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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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기 지연보상 특약 보장 방식에 따른 구분. [금융감독원 제공] |
A 씨 사례처럼 분쟁이 잦은 항공기 지연보상 특약은 보상 방식을 정확히 알고 가입해야 한다. 지연 시간에 비례해 정해진 금액을 주는 지수형과, 실제 지출한 비용을 보장한도 내에서 주는 실손형으로 나뉜다. 지수형은 보험회사가 지연시간만 확인하면 즉시 지급하는 대신 보험료가 비싸고, 실손형은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영수증 등 증빙이 필요하다.
보상 범위는 지연·대체 항공편을 기다리며 지출한 식비, 숙박비, 교통비 등 직접손해로 한정되며, 일정 변경·취소 수수료나 입장권 비용은 간접손해로 분류돼 보상되지 않는다. 화산 분출로 귀국편이 결항한 한 피보험자는 1시간 30분 뒤 출발하는 대체 항공편을 발권해 귀국했는데, 약관상 보상 요건인 ‘4시간 내 대체 수단 미제공’에 해당하지 않아 재발권 비용 등을 보상받지 못했다.
휴대품 손해 관련 분쟁도 많다. 여행 중 우연한 사고로 시력 교정용 안경이 파손돼 보험금을 청구한 사례에서 보험회사는 지급을 거절했다. 안경은 의치, 의족, 콘택트렌즈와 같은 신체보조장구로 분류돼 휴대품 손해 담보의 보상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다. 항공 위탁수하물 운송 중 캐리어 외부에 생긴 스크래치도 기능에 지장이 없는 단순 외관상 손해로 판단돼 보상받지 못했다.
타인에게 빌린 캐리어가 파손된 경우에는 배상책임 담보가 아닌 보상 한도가 낮은 휴대품 손해 담보가 적용됐다. 약관상 피보험자가 사용·관리하는 재물의 정당한 권리자에게 지는 배상책임은 보상하지 않아서다.
이 밖에 현금, 유가증권, 여권과 부주의로 인한 단순 분실, 파일·데이터 등 무형자산도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인(人)보험에서는 피보험자의 고의, 기존 질병, 전쟁, 그리고 암벽등반·스카이다이빙·번지점프·패러글라이딩 등 고위험 스포츠로 인한 피해가 보상되지 않는다.
여행자보험은 가입 채널이 온라인·모바일로 옮겨가면서 소비자가 특약을 직접 골라 담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그만큼 개별 특약의 보장 방식과 면책 조항을 스스로 확인하지 않으면 가입 후 예상과 다른 보상 결과를 받아들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금감원은 보험회사별로 개별 상품의 약관 내용과 구체적인 사고 내용에 따라 보상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가입 전 약관과 특약 내용을 꼼꼼히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