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AI시대, 생산능력은 국력…국가는 산업 병목 제거해야”

“전력망·용수·복잡한 인허가 절차 국가만이 조정”
“국가 전략 중심, 업황 아닌 생산 능력·지위 지키기”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반도체 생산능력은 기업의 자산인 동시에 국가의 전략자산”이라며 AI(인공지능)시대 국가 역할을 설명했다.

11일 김 실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생산능력이 새로운 국력’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AI 혁명은 생산혁명”이라며 “결국 시장을 선점하는 국가는 가장 뛰어난 기술을 보유한 국가가 아니라, 그 기술을 가장 빠르게 대규모 생산능력으로 전환하는 국가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 각국이 생산능력 전쟁에 돌입했다는 점을 언급하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후발주자가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봤다.

김 실장은 “대한민국의 첨단 메모리 생산기반을 유지·확대하려면 국내 메모리 기업을 중심으로 한 지속적인 생산능력 확충이 필요하다”면서 “이는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는 투자일 뿐 아니라, 현재의 시장점유율과 기술격차를 지키기 위한 전략적 투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팹 증설을 두고 “단순한 성장투자가 아니”라며 “기술 우위를 시장점유율로 연결하고, 후발주자가 고객과 물량을 확보하는 것을 막으며, 기술 추격의 기반이 형성되는 것을 예방하는 전략적 투자”라고 했다.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하는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김 실장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평택 첨단 팹 증설, 800조 원 규모의 호남권 제2 클러스터 투자계획은 단순한 기업의 설비투자로만 보기 어렵다”며 “대한민국 산업사에서 보기 드문 초대형 생산기반 투자이자, 미래 생산능력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적 프로젝트에 가깝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국가가 지켜야 하는 것은 특정 기업 자체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기반과 그 경쟁력”이라며 “기업은 기술 혁신과 시장 경쟁으로 성과를 만들어야 하지만, 국가는 그 경쟁력이 발휘될 수 있는 산업 기반을 구축하고 지킬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제공하는 제도·인프라가 동반돼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다. 김 실장은 “재정지원과 세제 지원도 기업의 장기 투자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AI 시대 생산능력 경쟁에서 국가만이 공급할 수 있는 더 중요한 자원은 시간”이라며 “전력망과 용수, 송전망과 국가산단, 교통망과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기업 스스로 해결할 수는 없다. 이러한 기반시설과 제도는 국가만이 구축하고 조정할 수 있는 생산기반”이라고 짚었다.

김 실장은 “국가 전략의 중심은 단기 업황이 아니라 장기적인 생산능력과 전략적 지위를 지키는 데 있어야 한다”며 “따라서 국가의 역할은 기업을 대신해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장기적인 전략투자를 이어갈 수 있도록, 기업 스스로 풀 수 없는 병목을 적기에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거듭 김 실장은 “대한민국에게 AI 혁명은 거대한 기회다. 그러나 생산능력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그 기회는 후발주자의 성장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면서 “기업이 가장 빠르게 생산능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력과 용수, 송전망과 인허가, 산업 인프라의 병목을 제거하는 것, 그것이 국가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