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대신 먹어라” 무섭게 번지는 3000원짜리 ‘천연 위고비’ [식탐]

‘달걀 2~3개+올리브유’ 조합
GLP-1 촉진→포만감 유지
“반복 시 영양 불균형 문제”


달걀 2~3개에 올리브유를 뿌린 ‘천연 위고비’ 레시피가 SNS에서 번지고 있다. 사진은 ‘천연 위고비’ 레시피 영상. [SNS]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위고비 못 맞으면 천연 위고비라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일명 ‘천연 위고비’ 식단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같은 비만 치료제 대신, 음식으로 비슷한 효과를 얻기 위한 다이어트 식단이다. 다만 반복해서 해당 식단을 먹는 것은 권장할 수 없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온다.

위고비는 우리 몸에서 나오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호르몬을 모방한 약이다. 식사 후 장에서 분비되는 성분으로 포만감을 늘리고 혈당을 낮춘다. 위고비의 원리는 이 호르몬 신호를 받아들이는 세포 표면 단백질(수용체)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배가 부르다’는 포만감과 식후 혈당 조절 반응이 평소보다 오래간다.

현재 국내 가격은 4주 분당 20만원 후반~40만원 중반이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소화기계 이상 반응(메스꺼움·설사·복부 불편감)이다.

‘천연 위고비’는 이러한 위고비의 부작용이나 가격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지난달 의학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에서 우창윤 내과 전문의가 소개하며 빠르게 번졌다.

우 원장은 아침에 먹는 천연 위고비 공식으로 ‘단백질 약 20g+지방 10~15g’, 여기에 ‘수용성 식이섬유’의 조합을 소개했다. 메뉴로는 달걀프라이 2개에 올리브유 1큰술을 뿌리고, 과일을 곁들이는 방법을 추천했다.

그는 “동일한 열량이라도 어떤 영양 성분을 먹느냐에 따라 포만감 호르몬(GLP-1) 분비량이 완전히 달라진다”며 “단백질 중심의 식사가 포만감 호르몬을 가장 압도적이고 오래 분비시킨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침에 단백질과 지방 중심으로 식사하면 효과적”이라며, “다음 식사 때 혈당이 급격히 치솟는 것을 막는 ‘2차 효과’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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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위고비’ 식단을 소개하는 의학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 영상 [유튜브]


SNS에서 퍼진 레시피의 기본 유형은 ‘달걀 2~3개+올리브유 1큰술 또는 들기름’이다. 여기에 사과·키위·블루베리 등 수용성 식이섬유가 풍부한 과일을 곁들인다. 플레인 그릭요거트나 두유로 단백질을 추가하기도 한다. 온라인에서는 “식욕 폭발 멈추는 조합”, “포만감 극대화” 등의 키워드와 함께 “주사 없이 한 달, 천연 위고비 식단으로 살 빠진 후기” 같은 체험담도 볼 수 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30대 송모 씨도 효과를 봤다고 했다. 그는 “유튜브를 보고 아침으로 먹어봤는데, 실제로 배가 불렀다”며 “올리브유를 뿌린 달걀 2개에 그릭요거트, 오이를 함께 먹었다”고 말했다.

실제 고단백과 저혈당 중심의 식사가 체중 감량 유지에 도움 된다는 연구도 있다.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JM 2010)이 다룬 유럽 공동 연구진 논문에 따르면, 체중 감량 후 ‘고단백·저혈당 식품’ 섭취군은 체중이 유지되거나 살이 더 빠졌다. 반면 ‘저단백·고혈당 식품’ 섭취 군은 배고픔을 참지 못해 중도 포기하며 다시 살이 찐 경우가 많았다.

다만 천연 위고비 식단은 위고비 약물과 동일한 효능을 입증한 임상 근거가 아직 없다. 채규희 365mc 노원점 지방줄기세포센터 대표원장은 “해당 식단이 포만감을 높이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실제 위고비 같은 효과를 낸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위고비는 식욕 조절과 위 배출 속도에 영향을 주는 전문의약품으로, 음식만으로 동일한 생리학적 효과를 재현하기는 어렵다”며 “SNS에서 사용하는 표현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한 끼 식사로는 괜찮지만, 이것만 반복해서 먹는 것도 권장하기 어렵다. 채규희 원장은 “특정 식단을 반복하면 영양 불균형으로 근육량 유지에 불리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체지방 감량보다 기초대사량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양 불균형을 보완하려면 적정량의 복합탄수화물(현미, 고구마 등) 등 다양한 영양소를 함께 먹어야 한다. 또 올리브유나 들기름은 건강한 불포화지방이지만, 열량이 높아 적정량만 섭취하는 것이 좋다.

채 원장은 “체중 감량과 체형 관리는 특정 식품 하나보다 전체적인 식습관과 운동, 생활 습관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장기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