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주인들에 공문, 현재 16명 회신…찬반 갈려
“재산권에 영향 끼쳐” 등 반대 의견 만만찮아
땅 주인들, 가지치기 등 정비에 한해 모두 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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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부암동 주민들이 환기미술관 옆 은행나무를 살피고 있다. 환기미술관 측은 이 나무에게 독극물을 주입, 독살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제공] |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서울 종로구가 독살 시도로 고사 위기에 놓인 부암동 은행나무를 ‘아름다운 나무’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부 토지 소유주들의 반발로 난관에 봉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7일 종로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달 12일 부암동 은행나무 소유자들에게 ‘아름다운 나무’ 지정 동의 요청등기를 발송했다. 은행나무가 심어진 땅은 총 1850㎡로, 땅 소유자는 46명이다. 공문 회신 요청 기간은 지난달 23일까지였다. 회신기간을 넘겨 답변을 준 소유자를 포함, 총 16명이 공문을 회신했다. 이중 일부 답변자는 “아름다운 나무로 지정이 될 경우 재산권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며 아름다운 나무 지정을 반대했다. 민법 제265조에 따르면 아름다운 나무 지정을 위해서는 찬성하는 소유자의 지분이 절반을 넘어야 한다.
종로구 관계자는 “답변을 보낸 소유자의 지분이 절반이 넘지 않고, 찬반이 엇갈려 잇어 현재로서는 아름다운 나무 지정 추진이 힘든 상황”이라며 “다만 회신 날짜 이후에도 답변을 보내고 있어, 더 기다려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구는 정확한 찬반 지분을 밝히지는 않았다.
회신을 보낸 소유자 모두 가지치기 등 나무에 대한 정비는 동의했다. 종로구는 “소유자가 동의하면서, 은행나무에 대한 전지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다만 전지 시점은 은행나무의 상태를 보고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 등은 부암동 은행나무의 보호수 등재를 요청해왔다. 하지만 보호수 등재를 위해서는 나무의 수령이 400년 이상이 돼야 된다. 이 나무의 수령은 200년 정도로 추정되고 있어, 보호수 등재는 불가하다. 이에 종로구는 이 은행나무를 아름다운 나무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구는 생태·문화·학술적으로 가치 있는 수목 보전·보호를 위한 아름다운 나무 지정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관내 94그루의 나무가 아름나무로 지정돼 있다. 아름다운 나무로 지정되면 영양제 투여 등 구의 책임 관리가 가능해진다.
부암동 은행나무 독살 의혹은 올해 5월 부암동의 환기미술관 담장 옆 사유지 도로에 있는 은행나무에 제초제가 주입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구는 관련 민원을 접수한 5월 22일 현장을 찾아 훼손 상태를 살폈다. 이어 같은 달 26일 나무병원을 통해 진단한 결과 약제 성분으로 수관부 고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견이 나왔다. 환기미술관은 조경업체 등을 고용해 제초제를 투입한 사실을 시인했다.
환기미술관은 지난달 1일 홈페이지에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미술관은 “은행나무와 관련하여 부암동과 환기미술관을 아끼는 분들께 심려를 끼쳐 깊이 사과드린다”며 “은행나무의 회복과 포괄적인 관련 상황 개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며 필요한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해 다각도로 접근하는 과정 중이니 너그러운 양해를 구한다”고 했다.
종로구는 지난달 4일 환기 미술관 측에 공문을 보내 “책임 있는 원상복구”를 요청했다. 구는 전문기관에 의뢰해 은행나무 주변 토양 시료를 채취하고 제초제 성분 잔류 여부 분석을 의뢰했다. 지난달 29일에는 부암동 주민, 각계 인사, 서울환경연합이 참여하는 ‘부암동 은행나무 살리미 60인’이 박미정 환기미술관장과 환기재단을 재물손괴, 토양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