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노조 동시 파업 전선 확산…이번주 ‘하투’ 최대 고비

현대차, 사흘간 부분파업…하루 최대 4시간 차질
사흘 파업 땐 5000대 생산 차질
2000억대 손실 우려
특근 거부까지 겹쳐 생산라인 부담 커져
기아·모비스·로템·트랜시스도 긴장 고조
전동화 전환기 임금·고용안정 쟁점 부상


9일 오후 경기도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에서 열린 기아차 노조 2026 임·단투 승리 및 고용안정 쟁취 총력투쟁 선포식에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노조는 광주 하남 버스공장의 미래 생산물량 확보와 국내 공장 투자 확대, 신규 인력 채용 등을 요구하며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도 국내 생산기지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명=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자동차 업계의 하투(夏鬪)가 현대자동차그룹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그룹 맏형 격인 현대차 노조가 오는 13일부터 사흘간 부분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로템, 현대트랜시스 등 주요 계열사 노조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사측을 압박하고 있어 노사 갈등이 이번주 최대 분수령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는 오는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근무조별 2시간 부분파업에 들어간다. 주간조와 야간조가 각각 2시간씩 작업을 멈추는 방식으로, 생산라인 운영 기준으로는 하루 최대 4시간의 가동 차질이 발생한다.

현대차 노조의 이번 파업은 올해 임금협상 결렬에 따른 자체 쟁의로, 민주노총·금속노조 차원의 총파업 일정과도 맞물린다. 민주노총은 원청 교섭과 초기업 교섭,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며 오는 15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금속노조도 산하 사업장에서 4시간 이상 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11일 주말 특근도 무산…부분파업 땐 2000억대 손실 우려


부분파업에 앞서 특근 거부는 이미 시작됐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6일부터 필수 협정에 따른 근무를 제외한 평일 연장근로와 토요일 특근을 중단하며 사측 압박에 나섰다. 직무교육을 제외한 회사 주관 교육도 거부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공장 기본 가동은 유지되고 있지만 추가 생산분은 줄어드는 상황이다. 실제 11일 예정됐던 주말 특근도 이뤄지지 않았다.

생산 차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예고한 사흘간 부분파업은 생산라인 기준 총 12시간 규모다. 지난해 16시간 부분파업으로 약 7000대의 생산 차질과 3000억원대 매출 손실이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 파업만으로도 산술적으로 5000대 안팎의 생산 차질과 2000억원대 중반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 특근 거부와 부품 계열사 파업까지 겹치면 손실 규모는 더 확대될 수 있다.

5월 13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앞 잔디밭에서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 투쟁 출정식을 열고 있다. [연합]


20일 만에 교섭 재개했지만 끝내 결렬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12일 노조의 교섭 결렬 선언 이후 중단됐던 본교섭을 20일 만에 재개, 지난 6일 13차 교섭, 7일 14차 교섭, 8일 15차 교섭까지 잇따라 진행하며 집중 교섭에 나섰지만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현대차는 15차 교섭에서 기본급 8만9000원 인상과 성과금 350%+1000만원+주식 15주를 담은 3차 제시안을 내놨지만, 노조는 “더 이상의 교섭은 의미 없다”며 교섭 종료를 선언했다.

현대차 노사는 임금 외 별도 요구안 일부에 대해서는 의견 접근을 이뤘다. 현대차는 핵심기술 직무 역량향상비를 인상하고 상위 등급을 신설하는 수당 개선안을 제시했다. 신규 인원 충원과 관련해서는 2027년 국내공장 재편과 연계한 인력 운영 상황을 고려해 하반기 200명을 충원하겠다는 안도 내놨다.

미래산업 대비 고용안정 분야에서는 피지컬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등 신기술 도입이 불가피한 사업 영역이라는 데 공감대를 바탕으로 노사가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AI 기술 도입과 관련해서는 조합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업무 효율성 제고와 근로환경 개선에 이바지하도록 한다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4월 22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원청 교섭’을 요구하며 사내로 진입하려는 금속노조 측과 이를 제지하려는 보안요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연합]


일부 요구안 의견 접근…핵심 쟁점은 평행선


완전 월급제와 노동시간 단축은 추가 논의 과제로 남았다. 노사는 고용안정과 고정급 강화를 위한 임금체계 개선 방안을 공동으로 연구하고, 노동시간 단축은 노사 공동 태스크포스(TFT)를 통해 지속 논의하기로 했다.

복지·제도 개선안도 일부 반영됐다. 사측은 퇴직연금 DC형과 경영성과급 DC 제도 도입을 통해 직원 선택권을 넓히고, 숙련 재고용자의 취업지원수당을 기존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5만원 올리는 안을 제시했다. 통근버스 요금도 전 사업장 기준 1만1000원으로 인하하고, 울산 시외 노선은 기존 9만원에서 7만원으로 낮추는 방안이 담겼다.

다만 핵심 쟁점에서는 여전히 입장 차가 크다. 노조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 핵심 임금 요구와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해고자 복직과 정년 연장 등 장기간 교섭에서 반복돼 온 요구안도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노사 갈등은 부분파업 국면으로 넘어가게 됐다.

사측은 파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최영일 현대차 대표이사는 10일 담화문을 통해 “해고자 복직, 정년 연장 등을 이유로 파업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결코 돌이킬 수 없는 파업의 길을 가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조는 회사 측이 파업 책임을 노조에 돌리고 있다고 반박하며, 추가 제시가 없는 한 예정된 파업 일정을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9일 오후 경기도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에서 열린 기아차 노조 2026 임·단투 승리 및 고용안정 쟁취 총력투쟁 선포식에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노조는 광주 하남 버스공장의 미래 생산물량 확보와 국내 공장 투자 확대, 신규 인력 채용 등을 요구하며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도 국내 생산기지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명=임세준 기자


기아·모비스도 투쟁 수위 높여…그룹 전선 확산


기아 노사도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기아 노조는 9일 경기 광명 오토랜드에서 총력투쟁 선포식을 열고 올해 임단협 투쟁에 본격 돌입했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도 사업장별 투쟁 지침을 내고 있다. 현대모비스 모듈·부품사 14개 지회는 15일 주간·야간조가 각각 4시간, 총 8시간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사측이 대체 인력 투입 등으로 쟁의행위를 무력화하려 할 경우 추가 파업에 나선다는 방침도 세웠다. 현대모비스 EBS천안지회는 이미 10일 주간조와 야간조가 각각 8시간 전면파업에 들어갔고, 전 조합원 특근 거부도 지침으로 내렸다.

올해 현대차 노사 교섭 핵심 쟁점


현대로템·트랜시스도 교섭 난항…고용안정 쟁점 부상


현대로템은 단체교섭 과정에서 교섭 결렬을 선언하며 쟁의권 확보 수순으로 넘어갔다. 현대로템 노사는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실무교섭을 진행하며 지회 요구안을 두 차례 검토했지만, 9일 본교섭에서 회사가 추가 실무교섭을 요청하자 지회가 일괄 제시안을 요구하며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현대로템 노조는 매년 되풀이되는 교섭 결렬과 쟁의권 확보 수순을 바꿔야 한다며 임금 교섭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견해다.

현대트랜시스도 노사 간 입장 차가 뚜렷하다. 현대트랜시스 서산공장 노조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 성과·일시금 500%+3000만원, 본인수당 신설, 근속수당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폐지, 복지관 설립, 미래산업 대비 고용안정, 주 4.5일제 등도 별도 요구안에 포함했다. 사측은 현재 경영 여건과 부담 수준을 감안할 때 일부 요구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도 임단협 교섭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 10일 당진제철소에서 올해 임금·단체협약 10차 교섭을 열고 사측 1차 제시안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진전 없이 5분 만에 교섭을 종료했다.

사측은 임금 6만5000원 인상과 성과금 200%+50만원, 선택형 복지포인트 연 70만원에서 80만원 인상, 4년 주기 선택형 종합검진, 장기근속 포상 방식 변경, 난임지원비 신설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금속노조 공통 요구안인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성과금 확대 요구에 비해 부족하다고 보고 추가안을 요구했다. 현대제철 노조는 이미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중지 결정과 쟁의행위 찬반투표 가결로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여서,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전반의 노사 긴장감은 철강 부문으로도 번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가 현대차그룹 노사관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부분파업이 현실화하면 하반기 신차 생산과 출고 일정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다”며 “아울러 기아와 현대모비스, 현대로템, 현대트랜시스 등 계열사 노조까지 투쟁 수위를 끌어올릴 경우 그룹 전반의 노사 리스크가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