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취소→궐기대회→여론수렴…사관학교 통폐합 ‘격랑의 한주’

국군사관학교 기본계획 발표 100분전 취소
육해공 사관학교 총동창회 국회서 집단행동
국방부 “공청회·정책 설명회 등 거칠 것”


8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육·해·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 육사 사관생도 학부모 모임과 함께 연 육·해·공군사관학교 통폐합 및 육군사관학교 지방 이전 반대 총궐기 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직접 발표하려던 ‘국군사관학교 창설 기본계획’을 당일 브리핑 시작 불과 100분 전 돌연 취소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육·해·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는 국회에서 처음으로 집단행동에 나섰으며, 결국 국방부는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수렴 절차를 거치겠다는 뜻을 밝혔다.

12일 기준 안 장관을 탄핵하라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은 31만명을 넘어섰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장관급 인사에 대한 탄핵소추 청원 중 최다 숫자다. 육군사관학교 통폐합 및 지방 이전 추진 중단 촉구에 관한 청원 역시 13만명을 넘어섰다.

안 장관은 당초 지난 6일 사관학교 통합 추진을 위한 기본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발표 직전에 돌연 연기했다. 국방부가 밀어붙이는 육·해·공군사관학교 통합 및 국군사관학교 창설이 장관 탄핵에 불을 붙이면서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예비역 장성 출신 인사들은 국군사관학교 창설과 관련해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고 통합에 대한 명분이 부족하며, 무엇보다 전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군사관학교라는 결론을 미리 내놓고 그에 맞춰 명분을 붙이는 것은 잘못된 방식이라는 얘기다. 합동성과 자원효율 관점에서 통합의 취지를 이해하더라도 이번 정부 임기 내 모든 것을 끝내려 하지 말고, 2~3년간 정책·여론 형성 및 국민·예비역 설득을 철저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3군 총동창회는 8일 오전 국회의사당 본관 계단에서 ‘사관학교 통폐합과 육사 지방이전 저지를 위한 국민 궐기대회’를 열고 “국가안보는 결코 정책 실험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장교 양성체계 또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한기호·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이 참석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정부는 사관학교를 통폐합하고 육군사관학교를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것을 국방개혁이라고 포장하고 있지만, 이는 일종의 정책실험 같은 국방개악 수준”이라며 “국민의 여론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원리가 아니다. 정부의 정책이 엉뚱한 곳으로 갈 때는 국민이 일어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민의 여론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사관학교 통폐합 및 육사 지방이전’을 추진한 데 대해 사과하고, 원점에서 재검토 하라”고 했다. 또 “사관학교 개혁이 정말 필요하다면 밀실에서 하지 말고 현역 및 예비역을 비롯한 군사 전문가, 군 원로, 교육계, 사관생도 학부모 등이 함께 참여하는 대표성 있는 협의기구를 구성해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추진하라”고 덧붙였다. 안 장관이 직접 발표하려던 국군사관학교 기본계획을 돌연 취소한 사실을 꼬집기도 했다.

결국 국방부는 여론 수렴 절차를 거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사관학교 통합과 관련해 “기본계획을 발표한 이후 이른 시일 내에 공청회와 정책 설명회 등을 통해서 충분히 여론을 수렴해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 중 하나다. 국군사관학교를 출범해 1~2학년은 군종 구분없이 기초 소양 교육 및 전공 기초 교육을 받고, 3~4학년은 각 사관학교로 돌아가 전공 심화 교육과 군사 훈련을 받게 한다는 게 기본 방향이다. 공통 교육 장소로는 대전 자운대가, 육사의 경우 서울 노원구 태릉의 학교를 폐교하고 전남 장성으로 교정을 옮기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안 장관은 방산을 주요의제로 튀르키예에서 진행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이 대통령과 동행한 후 지난 10일 업무에 복귀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사관학교 기본계획 발표시기를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최근 안 장관의 탈영 의혹이 불거지자 “명백한 허위”라며 장관 임기가 끝난 뒤 병적기록 오류에 대해 정정을 청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