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재무 베선트부터 챗GPT 만든 올트먼까지…‘동성파트너’ 공개한 세계리더들

네덜란드 총리 동성 약혼자, 나토 정상 만찬 불참…“튀르키예 정서 고려”
정치권부터 실리콘밸리까지…성적 지향 드러내는 글로벌 리더들
백악관 신흥 인맥 ‘에이게이스’도 부상…짧은 머리에 골프 바지 즐겨입어


지난 1월 베선트 당시 재무부장관(맨 오른쪽) 후보자가 상원 재무위원회 청문회를 마치고 배우자 존 프리먼(오른쪽 두 번째)과 아들 콜(맨 왼쪽), 딸 캐롤라인(왼쪽 두 번째)과 함께 서 있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지난 7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의 대통령궁.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부부가 각국 정부 수반과 배우자·연인을 초청해 공식 환영 만찬을 열었지만, 롭 예턴(39) 네덜란드 총리의 약혼자는 이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를 비롯해 각국 정상 부부와 파트너 대부분이 참석한 가운데 나토 회원국인 네덜란드 총리의 약혼자가 아예 튀르키예를 찾지 않은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롭 예턴(왼쪽) 네덜란드 총리와 그의 약혼자인 니콜라스 키넌 [SNS]


현지 언론들은 예턴 총리의 약혼자가 동성이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예턴 총리는 네덜란드 중도좌파 정당 D66을 이끌다 지난해 10월 조기 총선에서 승리한 뒤 올해 2월 역대 최연소 네덜란드 총리에 취임했다. 네덜란드 최초로 성소수자임을 공개한 총리이기도 하다.

그의 약혼자는 아르헨티나 출신 필드하키 선수 니콜라스 키넌(29)이다. 키넌은 2020년 도쿄올림픽과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두 사람은 2022년 교제를 시작했고, 2024년 파리올림픽 기간 약혼 소식을 알렸다. 올해 여름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예턴 총리가 이번 나토 정상회의 개최지가 튀르키예라는 점을 고려해 키넌을 동행시키지 않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인구 대부분이 무슬림인 튀르키예에서는 동성혼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사회적으로도 보수적인 인식이 강하다.

반면 네덜란드는 2001년 세계 최초로 동성혼을 합법화한 국가다. 성소수자 권리를 둘러싼 양국의 인식 차가 정상 외교 무대에도 반영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자비에 베텔 전 룩셈부르크 총리와 그의 파트너 고티에르 데스베네이 [게티이미지]


유럽에서는 이미 동성 배우자와 함께 공개 행보에 나선 정상급 지도자들이 적지 않다.

2013년 룩셈부르크 최초로 성소수자임을 공개한 총리가 된 그자비에 베텔 전 총리는 동성혼 허용 법률이 시행된 이듬해인 2015년 건축가 고티에 데스테네와 결혼했다. 당시 유럽연합(EU) 현직 정상 가운데 처음으로 동성 결혼을 한 사례였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두 사람은 룩셈부르크 시청에서 비공개 결혼식을 올렸다. 베텔 전 총리는 이후에도 공식 외교 행사에 배우자와 함께 참석하며 동성 부부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관세전쟁을 지휘한 스콧 베선트(오른쪽) 미국 재무장관도 동성배우자와 사이에서 남매를 두고 있다. [로이터]


미국 정치권에서도 공개적으로 동성 배우자나 파트너를 둔 인사들이 권력 중심부에 진입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이른바 ‘에이게이스(A-Gays)’가 새로운 권력 인맥으로 부상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에이게이스는 부유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동성애자 관료와 정치권 인사들의 사적 네트워크를 일컫는 표현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백악관과 내각, 정부기관, 공화당 내부 곳곳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다. 베선트 장관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공개했으며 남편과 함께 두 자녀를 기르고 있다.

스콧 베선트(왼쪽) 미 재무장관과 딸 캐롤라인 베선트 프리먼, 남편 존 프리먼과 함께 지난해 장관 인준 청문회에서 증언을 준비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이 밖에도 공화당 여론조사 전문가 토니 파브리지오, 백악관 대통령 인사실 부국장을 지낸 트렌트 모스, 주독일 미국대사와 국가정보국(DNI) 국장 대행을 지낸 리처드 그리넬 특임대사, 제이컵 헬버그 국무부 차관보 등 공개적으로 성소수자임을 밝힌 인사들이 핵심 보직에 포진해 있다.

NYT는 백악관 북동쪽에 있는 한 사교클럽을 이들의 주요 회동 장소로 소개하기도 했다. 짧은 헤어스타일과 격자무늬 재킷, 골프 바지 등을 선호하는 독특한 패션 문화도 함께 조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소수자 권리에 부정적인 정책을 추진한다는 평가를 받지만, 개인적으로는 동성애 문화 자체에 비교적 거부감이 적다는 해석도 있다.

그는 정계 입문 전 인터뷰에서 성적 다양성을 음식 취향에 빗대 “나는 스테이크를 좋아하고, 누군가는 스파게티를 좋아한다. 그래서 식당에 메뉴가 있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챗GPT 아버지’ 샘 올트먼(사진 왼쪽)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39세의 나이에 첫아들을 품에 안았다. [SNS]


글로벌 기업 경영자 가운데서도 자신의 성적 지향과 가족을 공개한 인사들이 적지 않다.

지난달 둘째 자녀 출산을 이유로 방한 일정을 연기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고등학생 시절 동성애자임을 공개했다. 그는 2024년 호주 출신 프로그래머 올리버 멀헤린과 결혼했으며 두 자녀를 두고 있다.

올트먼은 지난해 첫째 아들을 품에 안은 사진을 자신의 엑스(X)에 공개하며 “세상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적었다.

그는 당시 “아들이 예상보다 일찍 태어나 신생아중환자실에 조금 더 머물 예정”이라며 “아들은 잘 이겨내고 있고, 나는 이런 사랑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중산층 유대인 가정에서 성장한 올트먼은 과거 뉴욕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대가족을 꾸리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페이팔 공동 창립차 피터 틸(왼쪽)과 그의 남편 매트 댄자이젠이 지난 9일 아이다호주 선밸리 로지에서 열린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있다. [AFP]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보수 성향 투자자이자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로 꼽히는 피터 틸 페이팔 공동창업자도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기업인이다.

다만 틸은 성소수자 권리 확대를 내세운 민주당식 다양성 정책이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펴는 등 정치적으로는 진보 진영과 거리를 뒀다.

과거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보도한 가십 매체를 상대로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이 제기한 거액의 소송을 배후에서 지원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팀 쿡 애플 CEO [게티이미지]


팀 쿡 애플 CEO 역시 2014년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뒤 인권과 다양성 문제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자신의 성적 지향을 두고 “신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CNN 인터뷰에서는 “나는 동성애자인 것이 자랑스럽고, 이것은 신이 내게 준 선물”이라고 말했다.

쿡 CEO는 201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이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참석했으며, 자신의 고향인 앨라배마주에서 동성결혼이 허용되지 않던 상황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