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 1-2 패배, 8강서 대회 마감
쿠르투아·루카쿠·더브라위너 사실상 월드컵 고별전
2018년 러시아 대회 3위가 최고 성적
쿠르투아 “작은 나라지만 놀라운 모습 보여줘”
![]() |
| 벨기에 축구대표팀 루디 가르시아 감독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8강 스페인전이 끝난 뒤 선수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벨기에 축구의 ‘황금세대’가 끝내 월드컵 우승컵을 들지 못한 채 마지막 장면에 가까워졌다. 한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까지 올랐던 세대였지만, 북중미 월드컵 여정은 8강에서 멈췄다.
벨기에 축구대표팀은 1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8강전에서 스페인에 1-2로 패했다. 8년 만에 월드컵 8강 무대까지 올라섰지만, 다시 한 번 우승 문턱으로 향하는 길에서 돌아서야 했다.
이날 패배는 단순한 탈락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34·레알 마드리드),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33·나폴리), 미드필더 케빈 더브라위너(35·나폴리), 악셀 비첼(37·지로나) 등 벨기에 황금세대의 핵심 선수들에게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스페인전에서 쿠르투아와 더브라위너는 선발로 나섰고, 루카쿠와 비첼은 후반 교체 투입됐다. 황금세대의 끝자락을 붙든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를 밟았지만 결과를 바꾸지는 못했다.
승부가 갈린 장면도 뼈아팠다. 1-1로 맞서던 후반 26분 쿠르투아가 왼쪽 허벅지에 불편함을 호소해 세네 라멘스와 교체됐다. 이후 후반 43분 스페인 파우 쿠바르시의 중거리 슛을 라멘스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고, 흘러나온 공을 미켈 메리노가 밀어 넣었다. 벨기에의 마지막 불꽃이 꺼지는 순간이었다.
![]() |
| 벨기에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가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8강 스페인전에서 라민 야말의 슈팅을 막아내고 있다. [AP] |
벨기에 황금세대는 2006년 독일 월드컵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뒤 등장했다. 더브라위너, 루카쿠, 쿠르투아, 비첼뿐 아니라 에덴 아자르, 뱅상 콩파니, 무사 뎀벨레, 마루앙 펠라이니, 얀 페르통언, 토비 알데르베이럴트 등 포지션마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쏟아졌다.
전력만 놓고 보면 ‘우승 후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았다. 벨기에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르며 부활을 알렸고,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4강에서 프랑스에 패했지만 3위를 차지했다. 이는 벨기에 축구 역사상 월드컵 최고 성적이다.
FIFA 랭킹도 치솟았다. 2007년 71위까지 떨어졌던 벨기에는 2015년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올랐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는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름값과 전력만 보면 언제든 메이저 대회 우승이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트로피는 끝내 오지 않았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유럽선수권대회에서도 2016년과 2020년 모두 8강에 그쳤고, 2024년 대회에서는 16강에서 프랑스에 0-1로 패했다.
![]() |
| 벨기에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가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 로스앤젤레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8강 스페인전이 끝난 뒤 스페인 골키퍼 우나이 시몬과 악수하고 있다. 이날 벨기에는 탈락했고, 스페인은 4강에 올랐다. [로이터] |
이번 대회 출발도 불안했다. 벨기에는 조별리그 1차전에서 이집트와 1-1로 비겼고, 2차전에서는 이란과 0-0 무승부에 그쳤다. 현지 언론에서는 더브라위너와 루카쿠의 머리카락과 수염을 회색으로 합성한 이미지와 함께 ‘월드컵 은퇴자 요양원’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황금세대가 더 이상 빛나지 않는다는 냉정한 평가였다.
그래도 벨기에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뉴질랜드를 5-1로 꺾고 조 1위를 차지했고, 32강에서 세네갈을 3-2로 눌렀다. 16강에서는 공동 개최국 미국을 4-1로 완파하며 반등하는 듯했다. 그러나 스페인을 넘지는 못했다.
최근 이번 월드컵에서는 세대교체가 강팀들의 공통 과제로 떠올랐다. 베테랑 중심으로 버틴 팀들은 경험의 힘을 보여줬지만, 토너먼트가 깊어질수록 젊은 선수들의 속도와 체력이 승부를 가르는 장면도 늘고 있다. 벨기에의 탈락 역시 한 세대의 끝과 다음 세대의 시작을 동시에 보여준 경기였다.
그렇다고 벨기에 축구의 시간이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 스페인전 동점골을 포함해 3골을 터뜨린 샤를 더케텔라러를 비롯해 제레미 도쿠, 니콜라 라스킨, 막심 더카위퍼르, 아르튀르 테아트 등 다음 세대를 이끌 선수들이 자리를 넓히고 있다.
쿠르투아도 고개를 숙이지만은 않았다. 그는 스페인전 후 FIFA 홈페이지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이 종종 우리가 황금 세대인데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한다는 것을 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벨기에다. 잉글랜드도, 스페인도, 프랑스도 아니다. 우리는 인구 1200만명도 되지 않는 작은 나라지만, 메이저 대회에서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언제나 도전했다. 우리가 자랑스러워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벨기에는 모든 것을 걸고 우승을 노리는 자리에 있을 거로 확신한다”면서 “젊고 재능있는 선수들이 올라오고 있다. 지금 어린 선수들은 앞으로 몇 년 사이 더 강해질 것이다. 유로 또는 다음 월드컵을 앞두고 우리가 더 강해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비첼도 미래를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우리는 조금 소극적으로 출발했을 수 있으나, 경기가 진행될수록 수준은 더 높아졌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가 가져가야 할 부분은 그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나는 우리를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 앞에는 밝은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