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끝나면 40도 폭염온다” 이게 가짜 뉴스라고?…결국 칼빼든 기상청 [세상&]

기상청 “공식 발표 아닌 정보 확산 주의”
시민들 “출처보다 날씨 내용 먼저 본다”
조회수·상품 판매…허위 기상정보의 진화


SNS에서 확산하고 있는 가짜 기상 정보 사례들 [인스타그램]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이준영 수습기자] “장마 끝나면 8월에 40도 폭염 온다.”

출근길 인스타그램을 넘기던 직장인 김보라(31) 씨는 최근 이런 카드뉴스를 보고 “이번 여름은 정말 심각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계정 이름이나 정보의 출처는 따로 확인하지 않았다. 날씨 정보는 매일 접하는 내용인 만큼 대체로 사실일 것이라고 여겨서다.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인스타그램 등 각종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에는 ‘8월 40도 폭염이 온다’, ‘역대급 더위가 예고됐다’, ‘한 달 내내 장마가 이어진다’는 등 자극적인 문구를 내세운 날씨 콘텐츠가 다수 공유되고 있었다. 일부 게시물은 기상청이 공식 발표한 내용처럼 표현됐지만 기상청은 “8월 40도 폭염을 공식적으로 예보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출처보다 내용’…SNS 기상정보, 일상 속으로


기상청이 최근 SNS발 허위 기상정보에 대한 모니터링과 법적 대응을 강화하고 있지만,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자극적으로 재가공된 기상 콘텐츠는 여전히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 가운데 ‘8월 40도 폭염’ 게시물은 기상청이 장마 종료 이후 ‘이중 열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언급한 내용과 지난해 일부 지역에서 40도 안팎의 기온을 기록했다는 사례가 결합하면서 올해 여름 기온을 예보한 것처럼 소비되는 사례로 추정된다.

기상 콘텐츠가 높은 관심을 끈다는 점은 이 같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의 확산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팔로워 25만명을 보유한 한 인스타그램 계정 운영자는 헤럴드경제에 “기상 콘텐츠는 공신력 있는 언론 기사와 보도자료를 참고해 제작하고 있으며 인공지능(AI)은 시각 자료를 만드는 데만 활용한다”며 “날씨 게시물은 다른 콘텐츠보다 조회수와 참여도가 높은 편이라 팔로워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 차원에서 자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계정은 이미 SNS에서 퍼진 기상 콘텐츠를 참고해 새로운 게시물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또 다른 콘텐츠의 출처가 되면서 허위 정보가 연쇄적으로 재생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교수는 “실제 정보 일부를 발췌해 자극적으로 재편집하는 것은 물론, 기존에 유포된 가짜뉴스를 다시 편집해 올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가짜가 또 다른 가짜를 재생산하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성형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허위 콘텐츠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 수 있게 된다”며 “앞으로는 딥페이크를 활용해 실제 기상캐스터가 뉴스를 전하는 것처럼 꾸민 허위 기상정보도 등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유명 패션 플랫폼이 지난 5월 공식 SNS 계정에 올린 게시물. ‘무려 한 달 동안 비가 온다’는 내용을 넣은 뒤 자사에서 판매 중인 레인부츠 상품들을 함께 홍보했다. [인스타그램]


기상정보가 상업적 마케팅에 활용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실제 한 유명 패션 플랫폼은 지난 5월 공식 SNS 계정에 ‘무려 한 달 동안 비가 온다’는 게시물을 올린 뒤 자사에서 판매 중인 레인부츠 상품들을 함께 홍보했다.

게시물에는 “기상청 기후통계분석 데이터를 바탕으로 예측한 장마 기간으로, 기상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지만 여기 달린 400여 개의 댓글에는 “레인부츠 쇼핑할 타이밍”, “장마 전에 여행 다녀와야겠다” 등 이를 사실상 확정된 정보로 받아들이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 밖에도 온라인에서는 장마나 폭우를 강조한 뒤 제습기 공동구매나 우산, 방수용품 등을 판매하는 게시물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기상청도 허위 기상정보를 이용한 상업적 마케팅에 우려를 나타냈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한 달 내내 장마가 이어진다’처럼 과학적 근거 없이 장기간 기상을 확정적으로 예보하는 행위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특정 기상 정보를 활용해 에어컨이나 제습기 판매 등 상업적 목적과 연결하는 경우에도 사회적 혼란이나 영리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 달 장마’에 장화 홍보…기상정보로 마케팅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강한 장맛비가 내리는 9일 오전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예보관이 한반도 상공의 장마전선과 비구름을 살펴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기상청은 각종 SNS를 직접 지켜보며 허위 기상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허위 여부는 기상청뿐 아니라 민간 전문가와 언론 등이 참여하는 심의위원회를 통해 판단한다. 허위라고 판단하면 우선 게시물 삭제를 권고한 뒤 반복적으로 허위 예보 게시물을 올릴 경우 관련 법에 따라 제재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시민들은 SNS 계정의 공신력보다 게시물 내용만 보고 날씨 정보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대학생 이빈(27) 씨는 “SNS에서 ‘역대급 폭염’ 같은 게시물을 자주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며 “출처가 일반 계정이라도 기상청 정보를 가져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허은서(27) 씨도 “카드뉴스를 보면 계정이나 출처를 일일이 확인하기보다 내용을 먼저 보게 된다”며 “폭우나 특이 기상 정보가 있으면 친구들에게 (콘텐츠를) 공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도연(27) 씨는 “3년 전 7월 내내 비가 온다는 정보를 믿고 장화를 미리 샀다가 그해 여름을 통틀어 겨우 3번 신은 적도 있다”“자극적인 날씨 게시물이 틀리는 경우를 여러 번 경험해 이제는 과장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기상 허위정보는 단순한 오보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재난 정보”라며 “SNS에서 접한 기상정보는 기상청 공식 발표나 여러 신뢰할 수 있는 출처와 교차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