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메모리 대장주 왔다”…SK하이닉스 美 데뷔에 월가도 들썩

뉴욕 입성 첫날 13% 급등
CNBC·블룸버그·WSJ 등 주요 외신 집중 조명
“AI 붐, 메모리 호황·불황 사이클 바꿀 수도”
월가 “반도체 랠리, 끝 아닌 숨 고르기 가능성”

SK하이닉스 임직원들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나스닥 시장에서 열린 상장 기념 오프닝벨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SK하이닉스의 미국 증시 입성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렸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를 크게 웃돌자 주요 외신은 ‘역사적인 데뷔’라는 표현까지 쓰며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변화를 조명했다.

1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 상장한 SK하이닉스 ADR은 공모가 대비 13.08% 오른 168.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강세를 이어가며 AI 반도체 투자심리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CNBC와 블룸버그TV 등 주요 경제 방송도 이날 SK하이닉스 상장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두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수요와 향후 시장 전망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외신의 관심은 단순한 상장 흥행을 넘어 메모리 반도체 산업 구조 변화에 맞춰졌다. 블룸버그통신은 “(SK하이닉스의) 역사적인 데뷔는 AI 붐이 수십년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지배해 온 ‘호황-불황’ 주기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시장의 베팅”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최 회장이 고객사와의 장기 공급계약 확대를 언급하며 메모리 산업이 과거와 같은 경기순환형 산업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본 점에도 주목했다. AI 서버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수요가 구조적으로 커지면서, 기존의 공급 과잉·가격 급락 사이클이 달라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 4월 2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월드IT쇼’ 행사장 유리벽에 SK하이닉스 로고가 표시돼 있다. [AFP]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상장을 “AI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자 수요를 가늠하는 최신 시험대”로 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한국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의 역사적인 미 데뷔가 증시를 흔들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SK하이닉스의 역사적인 미 거래 데뷔는 AI 투자심리를 되살리는 데 기여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SK하이닉스가 AI 열풍 속에서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반도체주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SK하이닉스 ADR 흥행은 AI 반도체에 대한 투자 열기가 쉽게 꺾이지 않았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최근 미국에서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함께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싼 경쟁도 더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첨단 반도체 생산과 패키징 투자를 자국 내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을 강화하는 가운데, SK하이닉스의 뉴욕 상장은 한국 메모리 기업의 글로벌 위상을 다시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월가 전문가들도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레이트 힐 캐피털의 토머스 헤이즈 회장은 로이터에 “글로벌 반도체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금이 몰려있는 투자처”라며 “주관사와 발행사(SK하이닉스)는 높은 밸류에이션을 확인했고 이를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나스닥 시장에서 열린 SK하이닉스 상장 행사 현장에 회사 로고가 표시돼 있다. [로이터]


영국 투자 플랫폼 AJ 벨의 댄 코츠워스 시장 담당 책임자는 “미국 내 주식 공모에 대한 수요가 일부의 예상보다 강력했다”며 “이는 메모리 반도체 랠리가 정점을 찍은 게 아니라, 단지 잠시 숨을 고르는 단계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투자 분석 플랫폼 리플렉서비티의 공동 창립자 주세페 세테는 SK하이닉스 ADR을 두고 “미 투자자들이 AI 메모리 테마에 투자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형주 투자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이후 상장에 나서는 기업들이 SK하이닉스만큼 우호적인 시장을 만날지는 미지수라고 봤다. 세테는 “SK하이닉스는 기업 성장 스토리의 힘으로 거래를 성사시켰지만, 뒤이어 나서는 기업들은 더 까다롭고 선별적인 시장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신들은 SK하이닉스의 기업사도 함께 짚었다. 블룸버그는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인수한 뒤 하이닉스로 재편됐고, 이후 메모리 불황과 채권단 관리를 거쳐 SK그룹에 편입된 과정을 소개하며 “이번 미 증시 상장은 SK하이닉스에 있어 놀라운 재기 스토리에 정점을 찍었다”고 전했다.

한국 내 투자 열기도 해외 매체의 관심을 받았다. AFP통신은 올해 한국에서 ‘SK하이닉스 점퍼’가 부와 성공의 상징처럼 화제가 됐다고 소개했다. 명품 매장 입장이나 더 나은 연애 상대를 만나는 ‘황금 티켓’처럼 묘사한 패러디 게시물이 유행했다는 내용도 함께 전했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증시 데뷔는 AI 메모리 시장의 성장 기대감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다만 주가 급등 이후에는 실적 개선 속도, HBM 공급 경쟁, 고객사 투자 지속 여부 등이 향후 주가 흐름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