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당국자 “선박 향해 발포 중단 공개 성명 내야”
이란 “상선 공격은 정권 내 일탈 세력 소행” 해명
고농축 우라늄 반출도 핵합의 핵심 조건으로 제시
공격 지속 땐 보복 경고…오만 중재 외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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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지만 인근 해상을 선박 한 척이 지나고 있다. 최근 상선 공격과 미국·이란의 군사적 충돌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량이 급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AFP] |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미국이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 상선 공격을 중단하고 모든 항로를 열어두겠다는 공개 선언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핵협상과 휴전 논의가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와 맞물리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불안정해지는 분위기다.
로이터 통신과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미국 고위 당국자들은 10일(현지시간) 일부 기자들과의 비공개 브리핑에서 최근 이란과의 대화가 “생산적”이었다면서도, 이란이 공개적으로 해상 안전 보장을 약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AP통신도 미국이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선박 공격 중단을 공개 선언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당국자는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모든 수로가 개방돼 있고 더 이상 선박을 향해 발포하지 않는다는 공개 성명을 발표하는 것”이라며 “그들이 그런 성명을 내놓지 않으면 그들에게 좋은 결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그들이 선박을 향한 사격을 중단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명시적으로든 암묵적으로든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는 단계에 이르기를 바라고 있다”며 “이란이 해협의 모든 항로를 개방하고 통행료도 부과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미국은 이란이 선박 공격을 계속할 경우 군사 대응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해당 당국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에게 대화하라고 지시했지만, 대통령이 밝혔듯 그들이 계속 선박을 향해 발포하거나 다른 적대행위를 한다면 우리는 보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의 핵심 통로다. 이 지역에서 상선 공격이나 통항 제한이 반복될 경우 에너지 가격과 해상 물류 비용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 실제 최근 공격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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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11일 오만 북쪽 호르무즈 해협에서 태국 선적 벌크선 ‘마유리 나리’호가 발사체에 맞은 뒤 연기가 치솟고 있다. [노파돈 웡수완/AP] |
미국 측은 이란이 비공개 접촉에서 최근 상선 공격을 “정부 시스템 내 일탈한 세력”의 소행이라고 설명했다고도 밝혔다. 이란 정권 내부의 일부 강경파가 미국과의 휴전 흐름을 흔들기 위해 공격을 벌였다는 취지다.
한 미국 당국자는 이란 내부에서 종전 양해각서(MOU) 이행과 트럼프 행정부와의 후속 협상을 놓고 강경파와 협상파 간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이란 정부가 실제 통제력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려면 공개 약속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핵협상 조건도 더 까다로워지는 분위기다. 미 당국자들은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을 미국에 넘기는 것이 합의의 핵심 전제라고 밝혔다. 이란은 현재 400㎏이 넘는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국자는 “우리가 핵물질을 확보하지 못하면 이란과의 합의는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이 거부할 경우 미국은 군사적·경제적 조치를 포함한 “다양한 선택지”를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당국자도 이란이 휴전 조건을 지키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공격을 멈추지 않으면 핵합의 역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상선 공격이 잇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악시오스는 지난 7일 이란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상선들을 공격했고, 미국이 이에 대응해 이란 군사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대화의 문은 닫지 않은 상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군사적 긴장 고조에도 이란과의 평화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미국은 협상 진전을 위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공격을 중단하겠다는 공개 약속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 당국자들은 이란이 먼저 분쟁 해결을 위한 추가 협의를 요청했다고도 주장했다. 미국은 오는 12일 오만 무스카트에서 열릴 예정인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 회담 이후 이란 측이 최근 사태와 관련한 성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6월 17일 종전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휴전 상태에서 60일 동안 이란 핵 프로그램 중단과 대이란 제재 해제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 공격이 재개되고 미국과 이란이 다시 군사적으로 맞서면서, 휴전을 전제로 한 협상 구도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과의 휴전 종료를 공식 선언했고, 이란도 “항복은 없다”며 맞서고 있다. 핵협상과 해상 통항 문제가 동시에 얽히면서 미국과 이란의 긴장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