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낸드팹 증설하는 이유…증권신고서에 답 있었다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시 중국의 ‘가격 상한선’에 발목
AI 특수에도 낸드 가격 인상 제약 속앓이
오는 연말 규제 면제 여부 주목


SK하이닉스는 올해 4월 전세계 최초로 개발한 321단 QLC 낸드플래시 기반 SSD 제품인 ‘PQC21’의 개발을 완료하고 고객사에 본격적인 공급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제공]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AI(인공지능) 열풍으로 낸드플래시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만, SK하이닉스는 중국 당국의 ‘가격 상한선’ 규제에 묶여 현지 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중국 리스크로 SK하이닉스가 10년 만의 낸드 공장 증설 기지로 중국이 아닌 국내 ‘청주’를 선택하게 만든 배경 중 하나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2021년 12월부터 5년간 합리적인 가격 정책 및 생산 수준을 유지하고, 중국 기업용 SSD 시장에서 제3자 경쟁업체의 진입을 지원해야 한다는 등의 특정 조건을 붙여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업부 인수를) 조건부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2026년 내내 낸드플래시 메모리 제품에 대한 강력한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는 현재의 전망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유지해야 하는 의무’로 우리가 낸드 제품 가격을 대폭 인상하는데 제약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2020년 10월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한 바 있다. 중국 다롄에 위치한 낸드 플래시 메모리 생산시설 등을 포함해서 약 10조원을 들였다. 이 인수합병으로 SK하이닉스는 낸드 부문에서 단숨에 세계 2위로 도약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18%의 점유율로 삼성전자(29%)의 뒤를 이었다.

하지만 당시 중국 정부는 반독점법을 들어 몇 가지 조건을 걸었다. ▷SK하이닉스가 중국 시장에 공급하는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제품은 승인일 기준 과거 24일 이내 평균가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없으며 ▷SSD 시장에 제3의 경쟁자의 진입을 돕고 ▷향후 5년간 지속적으로 SSD제품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중국 다롄 공장에서 전체 낸드플래시의 약 30%를 차지한다. 다롄 팹은 SK하이닉스 팹 중 유일하게 QLC(쿼드러플레벨셀) 낸드를 생산한다. 최근 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면서 기업용 SSD 수요가 폭증하면서 다롄팹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낸드 가격의 상한선을 제한하는 바람에, SK하이닉스가 제품 가격을 제대로 인상하지 못해 흑자 폭을 제한해 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말 중국 당국이 건 조건 만료되는 만큼 SK하이닉스는 면제를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증권신고서에 “5년의 기간이 만료된 후 해당 조건의 면제(해제)를 신청할 수 있으며,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당시 중국 eSSD 시장의 경쟁 상황을 고려해 면제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적었다.

다만 우리나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의무 만료가 임박한 상태로 향후 면제 신청 결과에 따라 당사 중국 eSSD 사업의 운영 방식이 변경될 수 있으며, 면제가 불승인되거나 추가 조건이 부과되는 경우 당사 사업 및 경영성과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지정학적 리스크도 SK하이닉스가 10년 만의 낸드 팹 증설 기지로 국내 청주로 선택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청주에 80조원을 투자해 신규 낸드 생산시설 M17을 건설하기로 했다. 내년에 착공해 2029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낸드 팹에 대한 투자를 발표한 것은 지난 2016년 12월 M15가 마지막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일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에이전틱 AI에 이어 피지컬 AI가 도입되면서 낸드가 적용되는 분야와 수요는 앞으로 더 확산될 것”이라며 “낸드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어서 D램뿐만 아니라 낸드 증설도 필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KB증권에 따르면 올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29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낸드는 60조396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낸드로 인한 영업이익이 2조430억원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약 30배 증가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