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독도 지킨 대가는 공문 한 장?”…마지막 주민 유족·행정당국 정면충돌

[뉴시스]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독도의 마지막 주민이었던 고(故) 김신열씨의 주민 숙소를 둘러싸고 유족과 행정당국이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유족은 “평생 독도를 지켜온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도 없었다”고 반발하는 반면, 행정당국은 국유재산 관리에 따른 법적 절차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주민숙소 원상복구는 물론 향후 독도 주민 선정 절차도 사실상 멈춘 상태다.

10일 뉴시스에 따르면 울릉군 독도관리사무소는 지난 4월 고 김신열씨의 유족에게 주민숙소에 남아 있는 개인 물품을 5월 30일까지 반출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고인의 별세로 숙소 사용 허가가 종료된 만큼 원상복구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유족은 행정 절차 자체보다도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김신열씨의 딸 김모씨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공문을 공개하며 “평생 독도를 지켜온 아버지의 유족에게 위로나 예우 없이 차가운 공문 한 장만 보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독도를 평생 지켜온 사람의 삶과 희생이 잊히고 유족의 존엄마저 무너지는 현실을 더는 침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반면 독도관리사무소는 공문 발송 이전부터 유족과 여러 차례 협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유족이 49재를 위해 독도 입도를 신청했을 당시 직접 전화해 물품 정리 계획을 물었지만 정리할 의사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이후 공문을 발송했고, 물품 반출 과정에서 행정 지원도 최대한 제공하겠다는 뜻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주민숙소는 해양수산부 소유의 행정재산이다. 고인이 별세하면서 사용 허가도 종료돼 국유재산 관련 법령에 따라 원상복구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사전 통지와 의견 제출 기회도 부여했지만 유족 측은 별도의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행정당국은 원상복구 명령과 계고장을 발송하는 등 행정대집행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유품을 임의로 처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행정대집행이 이뤄질 경우 물품은 박스에 포장해 보관한 뒤 유족에게 인계할 예정”이라며 “유품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돌려드리는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갈등은 단순히 숙소 정리 문제를 넘어 독도의 상징성과 국가의 예우, 행정 절차가 어디까지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란으로도 번지고 있다. 법적 절차를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과 독도를 지켜온 마지막 주민에 대한 상징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맞서고 있는 것이다.

양측의 입장 차가 이어지면서 후속 절차도 사실상 중단됐다. 관리사무소는 주민숙소 원상복구와 시설 정비가 마무리돼야 새로운 주민 선정 여부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독도의 ‘무주민 상태’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신열씨는 독도의 마지막 주민으로 지난 3월 향년 8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남편 고 김성도씨와 함께 1960년대 후반부터 독도에서 어업과 숙박업에 종사하며 섬을 지켜왔으며, 1991년 주민등록이 인정된 이후에는 각종 선거에서 독도에서 거소투표를 하는 등 독도의 대표적인 상시 거주 주민으로 알려졌다.

김성도씨가 2018년 먼저 세상을 떠난 데 이어 김신열씨까지 별세하면서 현재 독도에는 주민등록을 둔 일반 주민이 한 명도 남지 않았다. 이는 1981년 이후 약 40년 만이다.

현재 독도에는 독도경비대원과 등대관리원, 독도관리사무소 직원 등 24명이 상주하고 있지만 모두 업무 수행을 위한 인력으로, 주민등록을 둔 일반 주민은 없는 상태다.

독도는 대한민국 영토의 상징성이 큰 공간인 만큼, 향후 주민숙소 정리와 주민 선정 절차 역시 단순한 행정 문제를 넘어 역사성과 상징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적 절차의 정당성과 함께 독도를 지켜온 마지막 주민에 대한 사회적 예우를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이번 갈등의 핵심 과제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