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앞둔 트럼프 부담 가중
‘관리된 불안정’ 속 “트럼프, 스스로 궁지 몰아”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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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AP ]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과 이란의 휴전이 흔들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에서 빠져나오려던 구상도 다시 난관에 부딪혔다. 확전은 피해야 하지만, 이란의 도발에 물러서는 모습도 보일 수 없는 ‘진퇴양난’에 빠진 양상이다.
최근 충돌의 핵심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양측의 시각차가 있다. 이란은 전쟁 기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했다. 이란은 향후에도 해협 관리에 일정한 역할을 하거나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롭고 안전한 항행이 보장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란이 해협을 지렛대로 삼는 상황을 방치할 경우,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을 사실상 인정하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CNN은 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처지를 끝없이 올라가도 계속 같은 장소에 도달하는 ‘펜로즈 계단’에 비유했다. 강경 발언과 수습, 군사 압박과 협상 모색을 반복하지만 실질적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7일부터 이어진 미국과 이란의 무력 공방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을 공격하고, 미국이 이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촉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에 대해 “끝난 것으로 본다”며 강경 발언을 쏟아냈지만 이내 전쟁을 재개하는 것은 아니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이란을 향해 더 심각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다시 경고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은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본다. 상호 보복 수준을 넘어서는 대규모 군사행동은 전면전 재개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반면 이란의 도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을 지렛대로 계속 활용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압박을 통해 이란을 다시 협상장으로 끌어내 핵 프로그램 문제를 해결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란이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양보를 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민주·공화 양당 행정부에서 중동 협상을 담당했던 애런 데이비드 밀러는 “트럼프는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었다”며 “군사적으로든 외교적으로든 이란으로부터 큰 성과를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양측이 양해각서에 명시된 60일 협상 기간 안에 포괄적 합의를 이룰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핵심 쟁점은 모두 후속 협상으로 미뤄졌지만 협상은 거의 진전을 이루지 못했고 다음 회담 일정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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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그랜드 모살라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이란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복수를 상징하는 현수막을 들고 살해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애도하고 있다. [AFP] |
이란 역시 경제와 군사력에 큰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미국이 국제 원유 판매를 허용했던 예외 조치를 철회하면서 새로운 압박에 직면했다. 그럼에도 이란 강경파 지도부는 추가 제재와 군사적 압박도 감수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미 국가정보국(NIC) 중동 담당 부국장을 지낸 조너선 패니코프는 “앞으로도 이런 양상이 계속될 것”이라며 “전면전으로 돌아가지는 않겠지만, 반복적인 충돌이 이어지는 ‘관리된 불안정’이 새로운 일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는 또 다른 변수는 국내 정치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경제에도 타격을 준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실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4%로, 집권 2기 들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공화당의 의회 다수당 유지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큰 부담이다. 전쟁 장기화로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 유권자들의 민심이 악화돼 공화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존스홉킨스대 중동 전문가 로라 블루먼펠드는 “트럼프는 경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전쟁을 계속 끌고 갈 경우 대공황 초기 경제 실패의 상징인 허버트 후버 전 대통령처럼 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올터먼은 “이란은 미국과 장기전에 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고, 걸프 국가들도 정상화를 절실히 바란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란은 트럼프가 며칠만 군사행동을 하고 결국 걸프 국가들이 중재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