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AI 배전망 ESS 수주전 ‘두각’…물량 66% 확보

낙찰 컨소시엄 9곳 중 6곳이 삼성SDI 채택
각형 배터리 기반 안전성·성능 경쟁력 부각
LG엔솔은 운영 역량, SK온은 공급 경험 확보
9월 3차 ESS 입찰 앞두고 수주전 본격화


삼성SDI의 대한민국 기술대상 수상 제품 ‘SBB’. [삼성SDI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삼성SDI가 정부의 차세대 인공지능(AI) 배전망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확보했다. 낙찰 컨소시엄 9곳 가운데 6곳이 삼성SDI 배터리셀을 채택하면서, 대형 전력망용 ESS 시장에서 삼성SDI의 수주 경쟁력이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10일 발표한 ‘AI 활용 ESS 구축지원 사업’ 사업자 선정 결과 VPP랩, LG에너지솔루션, 한전KDN, SK이터닉스, HD현대일렉트릭, 그리드위즈, 한국동서발전, 현대건설 등 9개 컨소시엄이 낙찰자 명단에 올랐다.

AI 활용 ESS 구축지원 사업은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배전 선로에 설치한 ESS에 저장하고, AI를 통해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도록 지원하는 정부 사업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면서 전력망 부담이 커지는 지역을 중심으로, 선로 증설 대신 ESS를 활용해 전력 수급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업계 잠정 집계에 따르면 전체 32개 배전 선로 가운데 삼성SDI 배터리가 적용되는 선로는 21개로 전체의 66% 수준이다. 전력 용량 기준으로는 84㎿, 저장 용량 기준으로는 420㎿h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배터리가 적용되는 물량은 각각 7개 선로와 4개 선로다.

삼성SDI는 이번 사업에 ESS 통합 솔루션인 ‘SBB(삼성 배터리 박스) 1.5’를 공급할 예정이다. SBB 1.5는 20피트 크기 컨테이너 안에 하이니켈 NCA 각형 배터리셀과 모듈, 랙, 안전장치 등을 담은 일체형 제품이다. 전력망에 연결하면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로, 설치 편의성과 공간 효율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번 결과는 삼성SDI가 앞선 정부 ESS 입찰에서 쌓은 레퍼런스와 각형 배터리 기반의 안전성 평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ESS는 장기간 전력망과 연계돼 운영되는 만큼 에너지밀도뿐 아니라 화재 안전성, 시스템 안정성, 유지보수 편의성이 중요한 평가 요소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공급 물량에서는 삼성SDI에 뒤졌지만, ESS 구축과 AI 기반 운영 역량을 내세운 점이 눈에 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신한자산운용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으며, 단순 셀 공급을 넘어 가상발전소(VPP) 기반 ESS 운영 사업자로 사업에 참여했다. 확보 물량은 7개 선로로, 사업자 한 곳이 받을 수 있는 최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주 서귀포 지역에서 배전망 연계형 ESS 발전소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AI 기반 ESS 운영 역량을 강조하고 있다. 향후 ESS 시장이 단순 배터리 납품을 넘어 전력망 운영, 재생에너지 제어, VPP 사업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큰 만큼 운영 사업자로서의 성과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SK온은 이번 사업에서 전체의 12% 수준인 4개 선로에 ESS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SK온은 전기차 배터리 중심 사업 구조에서 ESS 분야로 수요처를 넓히는 과정에 있는 만큼, 이번 사업을 통해 전력망용 ESS 공급 경험을 추가로 확보하게 됐다.

배터리업계에서는 이번 AI 배전망 사업을 오는 9월께 예정된 제3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의 전초전으로 보고 있다. 앞선 1·2차 ESS 입찰에서도 국내 배터리 3사 간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이번 결과가 향후 대형 ESS 수주전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신호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가 지난 2차례의 ESS 정부입찰에서 절반 이상의 물량을 따내며 경쟁력을 입증한 게 이번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