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보다 3% 높은 공모가…美증시서 프리미엄 인정 받았다

美시장 호평 따라 본주 주가 상승 기대감
본주 팔아 ADR 매수땐 수급 부담 우려도
조건부 거래 거쳐 13일부터 ‘SKHY’ 거래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가 국내 보통주보다 약 3% 높은 가격에 공모되며 현지 시장에서 프리미엄을 인정받았다. 즉, 한국보다 미국에서 SK하이닉스 주가가 더 고평가 받았다는 의미다.

투자자 입장에선 미국 시장에서의 호평에 따라 키 맞추기로 본주 주가 역시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외국인 등 투자 수요가 국내 보통주에서 ADR로 이동하면 국내 증시 수급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건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10일(한국시간) 영문 홈페이지를 통해 ADR 1억7790만주의 기업공개(IPO) 가격을 주당 149달러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전체 발행주식의 약 2.5%인 1779만주를 신주로 발행했다. ADR 1주는 SK하이닉스 보통주 10분의 1에 해당한다. 전날 국내 증시에서 SK하이닉스 보통주는 218만6000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 1509.9원을 적용하면 ADR 공모가는 국내 종가 대비 약 2.9% 높은 수준이다. SK하이닉스 측은 “이번 IPO에서 유일하게 프리미엄 프라이싱(공모가 할증)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공모를 통해 265억700만달러(약 40조원)를 조달한다. 중국 알리바바가 2014년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당시 기록한 250억달러를 넘어 외국 기업의 미국 IPO 사상 최대 규모다. 미국 기업까지 포함하면 스페이스X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다.

공모 단계에서 확인된 미국 시장의 프리미엄이 국내 SK하이닉스 투자자에게 무조건 호재인 것은 아니다. 미국 시장에서 ADR이 높은 가격을 유지하면 국내 주가도 함께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투자 수요가 국내 보통주에서 ADR로 이동하면 국내 수급에는 부담이 될 수 있어서다. 전체 발행주식의 2.5%를 신주로 발행한 데 따른 희석 부담도 함께 고려해야 할 변수다.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IB) UBS도 SK하이닉스 ADR을 사고 국내 보통주는 매도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UBS는 미국 투자자의 접근성이 높은 데다 한국 보통주를 ADR로 전환하는 데 제약이 있을 수 있어 ADR이 국내 보통주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실제 공모가가 국내 보통주 환산 가격보다 2.9% 높게 확정되면서 UBS가 제시했던 프리미엄 시나리오는 공모 단계에서 현실화됐다.

향후에도 ADR이 국내 보통주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될 것으로 단정하긴 어렵다. 환율과 양국 시장의 수급, 투자심리 등에 따라 가격 차는 달라진다.

투자 수요는 예상보다 강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이번 공모에는 모집 물량의 7배가 넘는 주문이 몰렸다. 글로벌 장기 투자 펀드와 기술주 전문 펀드, 국부펀드, 아시아 투자 전문 글로벌 투자자 등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AI 서버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경쟁력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에 대한 글로벌 투자심리가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가는 ADR 상장 자체보다 공모 흥행 여부에 의미를 두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ADR 상장 자체는 이미 시장이 알고 있던 재료였지만 실제 수요가 얼마나 몰리느냐가 중요했다”며 “7배가 넘는 주문이 들어왔다는 것은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메모리 업황을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공모가가 국내 보통주보다 높은 수준에서 결정된 만큼 미국 시장의 투자심리가 확인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 ADR은 이날 ‘SKHYV’ 종목코드로 조건부(when-issued) 거래를 시작한다. 오는 13일부터는 ‘SKHY’ 종목코드로 정규 거래되며 공모 절차는 14일 마무리될 예정이다.

송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