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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전자 노사 합의 이후 많은 노조에서 기업 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삼아달라는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조의 요구는 기업의 영업이익 등에 대한 직접적 배분을 요구하는 것으로 기업 이익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활용하고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다. 노동권과 경영권, 주주권이 맞닿아 있는 지점에서 어떤 원칙을 세울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 기업들은 이미 다양한 성과급제도를 운용하며 기업 성과를 노동자와 공유하고 있다. 기업들은 재무 상황과 투자계획, 시장 여건, 조직 및 개인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영 성과가 좋을 때 더 많은 보상을 지급하고 어려울 때는 지급 규모를 조정해왔다.
그러나 최근 노조의 기업 이익배분 요구는 성과급과는 그 취지와 성격이 다르다. 성과급은 기업의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조직과 개인의 성과 기여에 따라 사후 결정되는 보상이다. 따라서 기업 이익의 일정 비율을 사전에 정해놓고 지급하라는 노조의 요구는 성과 보상의 문제라기보다 기업 이익의 활용과 배분구조 자체를 바꾸자는 것에 가깝다. 이러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렵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 등 글로벌 주요 IT기업 대부분은 성과급과 주식보상제도를 두고 있지만 기업 이익의 일정 비율을 미리 정해놓고 배분하지 않는다. 대신 기업 성과와 개인의 기여도,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영 판단에 따라 보상 수준을 결정한다. 기업 이익을 일정 비율로 미리 정해놓고 일률적으로 배분하는 방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기업의 이익은 투자자의 자본, 경영진의 의사결정, 노동자의 노력, 시장 환경 등이 결합된 결과다. 또한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 미래 성장동력 확보, 재무건전성 유지, 고용창출을 위한 핵심 재원이기도 하다. 회계적으로도 기업의 이익은 임금과 성과급 등 노동자에 대한 보상을 비용으로 반영한 이후에 산정된다. 따라서 기업 이익의 일정 비율을 사전에 배분하도록 하는 것은 노동권 차원에서 주장하는 보상의 문제를 넘어 경영권과 주주권과도 충돌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업의 주인인 주주에 대한 환원과 투자 결정을 포함한 경영권과의 조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돼야 한다.
특히 반도체산업은 지금 국가 간 생존경쟁의 한복판에 서 있다. 미국은 530억달러 규모의 CHIPS Act 보조금을 앞세워 반도체 생산기반을 자국 내로 끌어들이고 있고 대만 TSMC는 수백조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역시 대규모 재정 지원에 나섰다.
오늘날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투자를 하지 못하는 순간, 경쟁사에 추월당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만 이익 배분을 둘러싼 갈등에 매몰된다면 수년 후 글로벌 경쟁력을 담보하기 어렵다. 오늘의 이익을 내일의 투자로 연결하지 못한다면 초격차 역시 유지될 수 없다.
결국 이익 배분 요구의 핵심은 누가 더 많이 가져가야 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권과 경영권, 주주권의 조화 속에서 미래 경쟁력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의 문제다. 노사 모두 이익 배분을 둘러싼 갈등을 넘어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고 미래 시장의 주도권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