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원유 다변화…중동産 다시 늘었다

5월 중동산 비중 54.1%로 올라
특사단 물량 확보 등 영향 미쳐
국내 정제 설비 급격 전환 한계
“도입선 다변화 노력 지속될 것”



중동 분쟁 이후 국내 원유 도입선 다변화 기조에 따라 줄어들던 중동산 원유의 도입량과 비중이 다시 반등했다. 정부의 긴급 물류 대응 등으로 일시적 물량이 급증한 결과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이란에 대한 공습을 재개하고 원유 제재 면제 조치를 전격 취소하며, 중동발 원유 수급 상황은 또다시 불확실성이 커지게 됐다. 이에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원유 도입선 다변화 움직임과 필요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10일 대한석유협회의 국내석유 수급 동향 최신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원유 도입량은 총 7282만3000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22.9% 줄었다. 전체 도입 물량은 감소했지만, 이 중 중동산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54.1%를 기록하며 전월(50.4%) 대비 약 3.7포인트(p)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5월 중동산 원유 도입량은 3941만9000배럴로 전월 대비 21.4% 대폭 늘어난 반면, 비(非)중동산 원유는 3340만4000배럴로 전월 대비 4.3% 증가에 그쳤다. 특히 원유 도입선 다변화를 견인하던 미국산 원유의 도입량(1502만배럴)은 전월 대비 10.5% 감소했다.

▶특사 효과·지리 요인 영향…구조적 한계 분석도=앞서 중동 전쟁 사태가 심화하며 한때 70%에 달하던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은 4월 50%선까지 떨어진 바 있다. 5월 들어 중동산 도입량이 다시 늘어난 배경으로는 정부의 긴급 리스크 관리와 지리적 요인이 꼽힌다.

5월 도입 물량은 통상 3~4주의 수송기간을 고려할 때 4월에 선적된 물량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동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했던 4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과 긴급 협상을 진행해 우회 항로와 선박을 선제적으로 확보했던 효과가 5월 수입량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5월 사우디아라비아(1883만9000배럴)와 UAE(1315만1000배럴) 원유 도입량은 전월 대비 각각 18.1%, 22.2% 늘었다.

반면 미국산 원유 도입량 감소는 수송 기간의 차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선 관계자는 “정부가 전방위로 도입선 다변화를 추진했지만 미주 노선은 중동에 비해 물리적 거리가 멀어 수송 기간이 훨씬 오래 걸린다”며 “이로 인해 중동산 물량이 5월에 먼저 도입된 반면, 미국산은 도입 시차와 물류 부담으로 인해 5월 통계상으로는 일시적 감소세를 보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6월 도입 상황을 봐야 정확한 추이를 진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유업계의 구조적인 한계도 중동산 의존도를 급격히 낮추기 어려운 이유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비상 상황이 일부 해소되면서 일시적으로 늘렸던 미국산 도입 물량을 줄이고 기존 거래선 물량을 복원한 측면이 있다”며 “우리나라 정제 설비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고도화됐음에도 기본적으로 중동산 중질유에 최적화돼 있어 미국산 같은 경질유는 생산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설비 전환에 따르는 천문학적 비용 부담과 기존 제품 생산·판매 계획을 고려하면 중동산 도입량을 단기간에 급격히 줄이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동 긴장 다시 고조…도입선 다변화 필요성 지속=향후 중동산 원유 비중의 추이에 대해서는 단정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모임인 오펙플러스(OPEC+)의 증산 기조 등으로 당장은 수급이 원활해 보여도, 지정학적 불안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진 유조선 피격 사건을 두고 미국이 이란에 대한 공습을 재개하며 중동발 불확실성이 다시 피어오르고 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7일(현지시간) 이란산 원유의 생산·인도·판매 허용을 위해 지난달 21일자로 발급했던 60일짜리 임시 일반면허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에 이란 측은 바레인과 쿠웨이트 주둔 미군 시설을 타격하며 맞대응해 양국 간 종전 협상은 위태로워진 상황이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향후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리스크, 이란의 통행료 부과 여부, 해상 보험료 추이 등이 복합적으로 유가와 도입 비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동 지역의 고질적인 지정학적 불안정성 때문에 도입선 다변화의 필요성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은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