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율·수익성 벽, 생활밀착보험 흥행↓
물놀이보험부터 러닝보험, 펫보험…. 손해보험사들이 일상 곳곳을 파고드는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시장에 안착시키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포화한 시장에 깐깐해진 심사, 팔기 힘든 영업 현장까지 겹치면서 손보사들의 신상품 개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보사들은 최근 소비자 이목을 끄는 생활 밀착형 상품을 잇달아 내놨다. 지난해부터 출시된 상품만 봐도 ▷물놀이·서핑보험 ▷러닝보험 ▷스크린골프보험 ▷수도권 지하철 지연 보험 ▷펫보험 등 다양하다.
문제는 이런 시도가 좀처럼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액 상품은 규모가 작아 실적에 보탬이 되기 어렵고, 가입자 수도 많지 않아 업계에선 유의미한 흐름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상품이 어려워진 첫 번째 이유는 국내 보험시장이 포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웬만한 위험은 이미 상품으로 나와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전통적인 질병 보장 영역에서는 새롭게 개척할 여지가 예전만 못하다고 본다.새로운 영역을 찾아내도 보험료를 계산할 통계가 부족해 상품화하기가 쉽지 않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신규 담보는 과거 통계가 부족해 손해율을 보수적으로 잡을 수밖에 없는데, 손해율을 높이면 보험료 경쟁력이 떨어지고 보험료를 낮추면 회사 수익성이 맞지 않는다”며 “괜찮은 상품이라고 판단해도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아 출시하지 않기도 한다”고 말했다.
새 상품을 만들어도 부담이 크다.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아래 보험사들은 담보 하나를 내놓을 때도 보험계약마진(CSM)과 장기 수익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같은 건전성 관리도 회사의 선결 과제로 떠오르면서, 손해율이 좋은 담보만 골라 내놓는 보수적인 분위기도 강해졌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신규 담보의 손해율을 90%로 높게 가정하도록 하는 등 상품 심사 문턱도 높아져, 웬만큼 매력적인 담보가 아니면 개발에 나설 이유가 줄었다.
이런 요인들이 단기간에 풀리기 어려운 만큼 신상품 개발 위축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시니어·정신건강처럼 아직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은 보장 영역이 남아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새로운 질병 담보보다 개인별 맞춤형 보장이나 인공지능(AI) 연계처럼 보장 방식의 변화로 혁신이 이어질 수 있다”며 “이런 흐름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