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아침에 대출 3억 증발, 계약금 날릴판” 잔금 앞둔 실수요자들 ‘패닉’ [부동산360]

KB국민은행 6억→3억 주담대 축소
바늘구멍된 은행대출, ‘6억 영끌’ 실수요자 타격
잔금 일정 변경, 2·3금융권 문의 이어져
갈아타기 수요 위축, 매물 더 사라지나


KB국민은행이 10일부터 수도권과 규제 지역의 주택구입자금 대출 최대한도를 기존 6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축소한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제한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도심 내 주거지역의 모습.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 수도권의 한 아파트를 14억원대에 계약해 10월 말 잔금을 치르기로 한 A씨는 지난 8일 저녁부터 밤잠을 설치고 있다. 당초 주택담보대출로 5억5000만원 이상 매매 자금을 조달하려 했으나, KB국민은행이 갑자기 대출한도를 3억원으로 줄인다고 했기 때문이다. A씨는 “이미 1억원이 넘는 계약금을 낸 터”라며 “계약금을 날릴 수 없으니 금리가 3~4배 높은 제3금융권(대부업체)까지 알아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줄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영끌’로 내 집 마련에 나선 실수요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10일(이날)부터 수도권·규제 지역의 주택구입목적 주담대 대출 최대한도를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축소한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최대 한도보다 은행이 자체적으로 대출 기준을 더욱 강화한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은행들의 대출 한도 축소가 이어질 경우, 15억원 이하 주택이 밀집한 서울 외곽지역 매수인·매수 예정자들이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10·15 대책 이후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는 외곽 지역 위주로 집값 상승세가 이어졌다. 서울 전역에서 실거주 의무 강화로 전세 물량이 급격히 줄면서 매매 전환 수요가 늘었던데다, 이들 지역은 6억원까지 대출을 적용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15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금관구(금천·관악·구로) 지역의 집합건물 대출지수(평균값)는 평균 55.71(6월 기준)에 이른다. 이는 집값의 절반 가까이를 대출에 의존한다는 의미다.


기존 대출 한도 6억원에 맞춰 매매 자금 조달 계획을 세웠던 사람들은 하루 아침에 수억원의 자금 조달 창구를 새로 마련해야할 처지가 됐다. 이미 외곽 지역은 집값 상승세가 빨라지면서 대출 한도가 6억원에서 4억원으로 줄어든 사례마저 속출하고 있다. 15억원(KB시세 기준) 이하 아파트로 매수 수요가 몰리다보니, 15억원 이하 아파트들의 가격이 밀려올라갔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서울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3억2979만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억5261만원 올랐다. 내 집 마련을 위해 필요한 자기자본은 커졌지만 대출 한도가 줄어들면서 무리하게 자금을 확보해야하거나, 주거의 질을 낮춰야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전망이다.

11월 말 잔금을 앞둔 서울 아파트 매수인 B씨도 “5억원 주담대를 생각하고 계약을 했는데 잔금일을 급히 앞당길 수 있을지 집주인과 얘기 중”이라며 “빨라야 8월 말 쯤 대출을 신청할 계획이었는데 하루 아침에 날벼락을 맞았다”고 토로했다.

대출에 대한 우려로 잔금 일정을 조정하려는 매수인들도 나오고 있다. 매수인 C씨는 “9월 말 잔금인데 대출상담사가 잔금일을 바꾸는 게 좋겠다고 해 고민 중”이라며 “매도인은 미루는 것만 가능하다고 해 어떻게 결정을 해야할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매도자들도 매수자들의 자금 사정 여건이 바뀔 경우, 잔금을 치르지 못할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계산해야할 처지다.

서울 남산 N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주택의 모습 [헤럴드DB]


업계에서는 은행들의 주담대 축소가 실수요자는 물론, 갈아타기를 고려하던 매도인들의 계획에도 영향을 줘 추가적인 매물 감소를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랩장은 “신규 매수예정자는 자금 여력이 부족해지면 비아파트로 주택 유형을 바꾸거나 면적, 지역을 바꾸는 선택지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면서 “집을 팔아야 다음 주거지로 이동할 수 있는 1주택자들도 이동이 막히면 거래 가능 매물이 줄고, 주택 시장 전반의 불안심리가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대출 한도 축소가 곧장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상승세가 두드러졌던 경기 광명, 구리, 용인 수지 등에서는 거래량 감소가 일어날 수 있다”면서도 “기업 사내대출, 보금자리론 등 다른 자금 조달 수단을 활용할 수 있는 이들이 원하는 지역과 면적대는 수요가 유지되면서 가격도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