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 60여개국 불러 “극좌테러 대응 논의”…외국 정부는 “왜 부르는지 모르겠다”

WP “16일 워싱턴서 장관급 회의…유럽·중남미 주요국 초청”
안티파 외국테러단체 지정 검토설도…유럽 외교관들 “우선순위 위협 아냐”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25일(현지시간) 바레인 마나마에서, 걸프지역 외교장관들과의 회담을 마친 뒤 바레인 국제공항을 떠나기에 앞서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초국가적 극좌 테러리즘의 재부상’을 논의하자며 60여개국 장관들을 워싱턴으로 초청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회의는 오는 16일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초청 대상에는 유럽 대부분 국가와 중남미 주요 국가가 포함됐고, 아시아에서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이 초청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WP 보도에서 한국이 초청 대상에 포함됐는지는 명시되지 않았다.

초청장은 지난주 발송됐으며, 참석 여부를 10일까지 회신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초청국 입장에서는 회의 직전 급박하게 참석 요청을 받은 셈이다.

WP는 이번 회의 추진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좌익 극단주의 척결을 명분으로 강력한 대테러 수단을 동원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백악관 내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그동안 표적으로 삼아온 ‘안티파’를 외국 테러단체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티파는 파시즘과 극우 이데올로기에 반대하는 극좌 활동가들의 느슨한 연합체다. 외국 테러단체로 지정될 경우 안티파와 연계된 미국인을 추적하거나 수사하는 데 정부 권한이 확대될 수 있다.

초청을 받은 외국 정부들 사이에서는 회의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복수의 외국 정부 관계자들은 WP에 초청 목적이 모호하고 연락도 늦었다고 말했다. 한 유럽 외교관은 “우리에겐 안티파가 없다”고 했고, 또 다른 유럽 외교관은 “우리가 그런 행사에 참석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유럽 외교관은 “우리가 좌익 테러리즘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 것은 그것이 우선순위가 높은 위협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근무했던 전직 관료도 WP에 “유럽에서는 좌익 테러보다 우익 테러를 더 우려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벌어지는 정치 폭력의 배후에 안티파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지난해 9월에는 안티파를 국내 테러단체로 지정했고, 11월에는 유럽의 관련 조직 4곳을 외국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WP는 이번 회의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테러 정책 초점이 이슬람 극단주의나 극우 폭력보다 좌익 극단주의 쪽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