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했던 모습 기억할게” 20번째 생일, 별이 된 호랑이 ‘호순이’…언니 ‘이호’ 곁으로

[청주동물원 SNS]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청주동물원에서 태어난 시베리아 호랑이 ‘호순이’가 20세 고령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청주동물원은 지난 8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006년 7월 3일 태어난 시베리아호랑이 호순이가 지난주 금요일(3일) 밤 8시께 하늘로 갔다”고 밝혔다.

그간 고령으로 지병을 겪었던 호순이는 공교롭게도 태어난지 딱 20년째 되는 날 수의사들의 손에 안락사했다. 지난 1월 이 동물원에서 세상을 떠난 ‘이호’와 자매 사이다.

동물원 측은 “호순이는 올해 초 하늘에 간 언니 이호와는 성향이 달랐다”며 “이호는 낳자마자 사람손에 길러져 친화력이 있는 반면 어미 호랑이의 젖을 몇주가량 먹고 떼어낸 호순이는 야성을 가지고 있었다. 어미젖의 위력인지 이호보다 휠씬 큰 덩치에 야성이 더해져 시베리아 호랑이다운 풍모가 넘쳤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세월은 그런 호순이에게도 공평해 작년여름 유난히 살이 빠져보였고 찜통같은 더위를 힘들어하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동물원 측은 지난 1일 호순이가 뒷다리를 휘청거린다는 제보를 받았고 다음날 배뇨장애, 보행장애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사망 당일 부천의 정형외과 수의사, 대전의 영상 수의사를 긴급히 섭외해 치료를 시도했으나 그간 움직임이 적어져 욕창이 생겼고 구더기들이 털 속에 가득한 상황이었다.

동물원 측은 수술이 어렵고, 성공 이후 회복 가능성도 낮을 것이라 판단했다.

동물원 측은 “마취 회복한후 집으로 돌아간 호순이가 구더기로 뒤덮이는 상상은 마음을 힘들게 했다”며 “위풍당당했던 호순이가 바라는 마지막 모습도 아닐거 같았고 의식이 없는 호순이에게 안락사 약물을 주사했다”고 설명했다.

안락사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점에 대해선 “안락사는 수의사가 가장 하기 싫거나 힘든 일이다. 해당 동물의 어린시절이 떠오른다면 더욱 그렇다”며 “치료방법이 없고 고통만 남은 동물에게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일”이라고 했다.

[청주동물원 SNS]


동물원 측은 “어쩌면 동물원 동물의 자연사는 포장될 때가 있다”며 “참을성 많은 동물의 고통을 방치한 결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그렇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시베리아 호랑이 호순이가 그렇게 힘들어하던 긴 여름을 다 보내지 않고 간 것은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호순이의 명복을 빈다”고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