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세월호’ 가르치다 민원 받는 현실…‘학생 시민교육’ 필요하다는데 가능할까 [세상&]

교사노조, 민주시민교육 인식조사 발표
“학생 시민교육” 10명 중 8명 ‘필요’
“정치편향 민원 위협에 교육활동 위축”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학생에게 현실 정치 쟁점과 사회문제를 다루는 시민교육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교사노조 설문조사 결과. [교사노동조합연맹 제공]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학생에게 현실 정치 쟁점과 사회문제를 다루는 시민교육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하 교사노조)은 시민교육 강화를 위해서는 교사 개인에게 책임을 더하는 방식이 아닌 교사가 정치편향 민원과 신고 위협 없이 교육과정에 근거해 수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사노조 정책연구원은 9일 이 같은 내용의 ‘2026 학교 내 민주시민교육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 4월 17일부터 22일까지 마크로밀엠브레인을 통해 전국 만 16세 이상 70세 미만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39%포인트다.

조사 결과 현실 정치의 쟁점과 사회적 문제를 교육하는 시민교육이 학생들에게 필요하다는 응답은 82.4%였다.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10.0%에 그쳤다. 학생들이 이 같은 내용을 주로 어디에서 배워야 하는지를 묻는 문항에서는 학교라는 응답이 66.4%로 가장 많았다. 가족은 14.6%, TV는 6.3%, 온라인은 5.6%였다.

교사가 수업에서 현실 정치·사회 쟁점을 교육적 소재로 다루는 것에 대해서도 찬성 의견이 우세했다. 찬성 응답은 67.4%, 반대는 20.8%였다. 정치·사회적 쟁점을 다루는 시민교육의 장점으로는 ‘SNS·유튜브 등 편향 정보보다 교육적으로 다루는 것이 낫다’는 응답이 27.6%로 가장 높았다. 이어 ‘다양한 관점으로 사고가 균형 있게 발달할 수 있다’ 25.4%, ‘사회 현안 이해와 비판적 사고 능력이 향상된다’ 24.8% 순이었다.

학교 시민교육 자체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83.7%에 달했다. 다만 현재 학교 시민교육 수준이 부족하다는 응답도 66.0%로 나타났다. 교사노조는 이를 두고 “국민은 학교 시민교육 필요성에 이미 폭넓게 동의하고 있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이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조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교사노조는 지난해 실시한 ‘교사 교육권 침해 및 정치 관련 민원 사례조사’도 함께 언급했다. 조사에서는 교과서와 교육과정에 근거한 역사교육, 사회문제 수업, 계기교육, 혐오표현 지도 등이 정치편향 민원이나 신고 위협으로 이어진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민주화운동, 5·18민주화운동, 제주 4·3 사건, 세월호 계기교육, 통일·독도 교육, 혐오표현 지도 등도 민원의 대상이 된 것으로 조사됐다.

교사노조는 시민교육 강화를 위한 과제로 ▷정당한 학교 시민교육 보호를 위한 교육 당국의 대응 절차 마련 ▷정치적 중립성을 ‘침묵’이 아닌 학생의 시민적 판단을 보장하는 교육 원리로 재논의 ▷시민교육을 교육공동체 전체의 과제로 확장 ▷현장 교육활동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방식의 정책 추진 등을 제시했다.

교사노조는 “교사가 교육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교육하려 할수록 정치편향 민원과 신고 위협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가 문제”라며 “시민교육을 더 하라고 요구하기 전에 교육과정에 근거해 말하고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가 침묵한다고 해서 학생들이 정치·사회적 쟁점으로부터 분리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필요한 것은 침묵이 아니라 현실 사회의 갈등을 시민교육의 언어로 다루는 학교교육”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