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근무제는 ‘그림의 떡’…기업 35%는 이용자 0명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상장사 공시 첫 전수 분석
유연근무제 도입한 기업 1877곳 중 657곳(35.0%)은 이용자 전무
육아휴직 대상자 있어도 22%는 사용 사례 전무…조직문화가 활용도 갈라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챗GPT를 활용해 제작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국내 기업들이 유연근무제와 육아휴직 제도를 갖추고도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도입 여부보다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일·가정 양립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9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3~5월 실시한 전수조사에서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 1877곳 가운데 657곳(35.0%)은 실제 이용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제공]


이번 조사는 상장사의 일·가정 양립 관련 공시가 의무화된 이후 기업별 실명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뤄진 첫 전수 분석이다.

육아휴직 제도 역시 활용도는 기대에 못 미쳤다. 육아휴직 제도를 운영하는 기업 2000곳을 조사한 결과, 휴직 대상자가 있었음에도 실제 이용자가 한 명도 없는 기업은 441곳(22.1%)으로 집계됐다. 반면 대상자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한 기업은 341곳(17.1%)에 그쳤다.

연구원은 동일한 제도를 운영하더라도 활용 수준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은 조직문화의 차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제도가 마련돼 있어도 승진이나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해 실제 사용을 꺼리는 기업 문화가 여전히 적지 않다는 의미다.

기업의 가족친화 수준도 전반적으로 높지 않았다.

연구원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출산·양육 지원, 일·가정 양립 제도, 출산 친화 조직문화 등을 평가한 결과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51.1점에 머물렀다.

종합평가에서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82.3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어 롯데칠성음료(81.3점), KB증권과 롯데웰푸드(79.2점), 국민은행·KT&G·호텔롯데·신한카드(77.1점) 순이었다.

특히 상위권에는 자산 규모 1조원 미만 또는 1조~5조원 미만의 기업도 포함돼 기업 규모보다 경영진의 의지와 조직문화가 제도 운영 성과를 좌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은 “제도를 도입하고도 정작 필요한 직원이 사용할 수 없다면 실효성이 없다”며 “청년들이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도록 유연근무제가 실제 일터에서 작동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