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탈락 직후 美 군함 협력신호…“방산수출 컨트롤타워 있어야”

방산비서관 신설 필요성 부각
쿠팡 겹치며 패키지 경쟁 부상


SK오션플랜트에서 건조 중인 한국 해군 최신 호위함의 시운전 모습. [SK오션플랜트 제공]


[헤럴드경제=전현건 기자] 한국 정부가 총력전에 나섰던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 수주에 실패한 직후, 미국이 한국 조선업계를 상대로 전투함을 포함한 군함 건조 역량 파악에 나섰다. 이를 계기로 방위산업 수출 전략을 총괄할 ‘방산비서관’을 신설할 필요성이 크다는 주장이 다시 힘을 받고 있다. 단순한 성능 경쟁을 넘어 금융·외교·산업을 아우르는 ‘패키지 경쟁’ 시대에 대응해 전략적 기회를 수출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청와대 차원의 상시 ‘컨트롤타워’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9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미 국방부와 해군은 최근 국내 조선사들에 전투함과 급유함 등에 대한 정보 요청(RFI)을 발송했다. RFI란 사업 추진에 앞서 가격, 인도 조건, 건조 능력, 생산시설 등을 파악하는 사전 조사 단계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전투함 설계·건조 역량 자료를 제출했고, 급유함 분야에는 삼성중공업까지 포함해 국내 조선 3사가 모두 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는 이번 RFI를 단순 기술 조사 이상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이 해외 건조가 엄격히 제한된 전투함 분야까지 정보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의회는 전략수송선과 벌크연료선 등 비전투함 2척에 대해 해외 건조를 허용하는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지만, 전투함은 여전히 규제 대상이다.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는 한국 해군의 최신예 3600톤급 충남급 호위함에도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급은 길이 129m, 폭 14.8m 규모로 대공·대잠전 능력과 탐지 성능이 크게 향상된 플랫폼이다. 미 국방부 실사단은 지난 5월 SK오션플랜트 고성사업장을 방문해 건조 중인 함정을 직접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산업계에서는 미국이 군함 확보 지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과의 협력 확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이러한 기회를 실제 수출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전략적 대응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CPSP 탈락 사례에서 보듯, 기술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금융·외교·정책이 결합된 ‘패키지 경쟁’에서 밀릴 경우 수주 실패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 하원이 쿠팡 사태를 계기로 한국 정부의 규제와 수사를 문제 삼으며 통상·정치 이슈로 확장하는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민간 기업 분쟁이 한미 안보 협력과 방산 사업 환경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청와대 내 방산비서관 신설과 함께 대통령 주관 방산수출진흥대회의 연례화, 국방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범정부 협업체계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부·기재부·외교부 등 관계 부처를 아우르는 통합 의사결정 구조 없이는 대형 수주전 대응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금융·제도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 한미 방산 연구개발 협력 체계(RDP-A) 체결과 방산 연구개발(R&D) 세액공제 확대 등이 추진되지 않을 경우 ‘성능은 이겨도 패키지에서 지는’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위원은 “캐나다 CPSP 사업은 종료됐지만, 미국과의 조선협력 등 대형 수주기회는 여전히 있다”며 “사업 공고 단계부터 상대국의 평가 기준과 동맹 구조를 정밀 분석하는 상시 컨트롤타워가 가동된다면 K-방산이 다시 비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