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처벌 세진다…노동부, 대법원에 양형기준 강화 요청

10월 근로기준법 개정 앞두고 양형위 면담
고액·상습 체불 가중처벌, 벌금형 기준 신설도 건의


울산광역시 동구 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가 지난해 노동법률상담을 실시한 결과 비정규직 노동현장에서 아직도 임금체불 문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AI생성 이미지.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고용노동부가 임금체불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양형기준 상향을 공식 요청했다. 오는 10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법정형이 대폭 강화되는 만큼 실제 재판에서도 체불 규모와 상습성에 걸맞은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고용노동부는 9일 김영훈 장관이 대법원 양형위원회를 찾아 이동원 양형위원장과 면담하고 임금체불 범죄의 양형기준 개선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임금체불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오는 10월 8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근로기준법에서 임금체불 범죄의 법정형을 기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했다. 이에 맞춰 실제 재판의 기준이 되는 양형기준도 손질해야 한다는 것이 노동부의 판단이다.

노동부는 우선 현재 ‘1억원 이상 체불’로만 구분된 양형기준을 보다 세분화해 체불액이 클수록 형량이 무거워지도록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행 양형기준은 5000만원 미만, 5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 1억원 이상 등 3단계로 구분돼 있다.

상습·고의적 체불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경영상 어려움에 따른 체불과 달리 고의적·반복적 체불은 가중 처벌하고, 피해 노동자 수가 많거나 장기간 반복된 체불도 양형 가중 요소에 반영해 달라는 것이다.

특히 노동부는 현재 벌금형에 대한 별도 양형기준이 없어 대부분 소액 벌금형에 그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피해 규모에 비례한 벌금이 선고될 수 있도록 벌금형 양형기준을 새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현행 양형기준은 2016년 마련된 이후 유지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체불액이 5000만원 미만이면 기본 형량은 징역 4~8개월, 5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은 6개월~1년, 1억원 이상은 8개월~1년 6개월 수준이다. 악의적인 체불이나 피해가 큰 경우에는 형량이 가중될 수 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임금은 노동의 정당한 대가로 어떤 경우에도 제때 지급돼야 한다”며 “임금체불은 노동자 개인뿐 아니라 가족의 삶까지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인 만큼 범죄의 중대성에 상응하는 엄정한 양형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형위원회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