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과감한 인상 필요”…경영계 “영향 범위 이미 한계 수준”
![]() |
| 9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제13차 전원회의에서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와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오른쪽)이 심각한 표정으로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지난 회의에서 6차 수정안으로 노동계와 경영계는 각각 시간당 1만1천450원과 1만460원을 제시해 양측의 격차는 990원으로 줄어든 상태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막판 협상이 시작됐다.
노사 간 격차가 990원까지 좁혀진 가운데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 보장과 내수 회복을 위해 과감한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경영계는 현장의 지불능력이 한계에 이른 만큼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최저임금위원회는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3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이어갔다.
권순원 최저임금위원장은 “오늘은 지난 12차 회의에서 말한 것처럼 조금 더 큰 폭의 접근이 이뤄지면 좋겠다”며 “최저임금의 주인은 노동자와 사용자이고 공익위원은 노사가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 합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조정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급적 오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며 “공익위원들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최초 요구안을 제시한 뒤 수정안을 거듭 내며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익위원들이 일정한 상·하한선을 담은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하고, 노사는 그 범위 안에서 다시 수정안을 제출한다.
이후에도 합의에 실패하면 공익위원안 등을 토대로 표결을 거쳐 최종 최저임금을 결정하게 된다. 현재까지 노동계는 시급 1만1450원, 경영계는 1만460원을 제시해 격차를 990원까지 좁힌 상태다.
노동계는 이날 현재의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예년보다 큰 폭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노사 간 격차가 990원까지 좁혀진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지만 최저임금의 본래 취지와 현 경제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질임금 하락과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예년과 다른 과감한 인상이 필요하다”며 “저율 인상으로는 소비 여력 확대와 내수 회복이라는 선순환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3년간 저율 인상 과정에서 내수 침체의 악순환을 경험했다”며 “저임금 노동자의 가처분소득을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과감한 최저임금 인상이 민생 안정과 내수 회복을 위한 가장 직접적인 정책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이미선 부위원장은 공익위원들의 심의 방식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 부위원장은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에게 돌아갈 파이는 가뜩이나 작은데 위원회는 이마저도 더 줄이라고 압박하고 있다”며 “정부를 대변하는 공익위원들이 촉진구간을 좁히기 위해 노동계만 쥐어짜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상승률은 평균일 뿐 노동자가 체감하는 외식비와 쌀값, 기름값, 월세는 크게 올랐다”며 “최저임금은 실제 가구 생계비와 체감 생활물가, 실질임금 보장을 기준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경영계는 최저임금의 영향 범위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른 만큼 추가 인상은 부담이 크다고 맞섰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우리 최저임금은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했고 이를 감당해야 하는 현장의 지불능력도 한계 상황”이라며 “최저임금이 올해 수준으로 동결되더라도 직접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270만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12.1%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 간접 영향 근로자까지 감안하면 최소 임금근로자의 25%가 최저임금 영향 범위에 속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노동계의 6차 수정안인 시급 1만1450원이 되면 직·간접 영향 범위는 이보다 훨씬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물가상승률만큼은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2018~2019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가계 소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도 있지만 근로시간이 줄거나 일자리를 잃는 사람, 구직 기회를 잃는 예비 근로자는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사업주에게만 부담시킬 것이 아니라 근로장려금(EITC)과 생활안정 지원 등 정부의 사회안전망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익위원인 성재민 위원은 “오늘 논의는 서로 다른 이해와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회적 대화 과정”이라며 “위원회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노사 모두 한 걸음씩 다가서는 전향적인 자세로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