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물체 만지고 느낀다”…초고속 반응 ‘소프트 메타표면’ 개발

- 경희대 박윤석 교수팀, 초고속 형상 변환 및 자가 복원 기술 구현


이번 연구를 수행한 박윤석 경희대학교 교수.[경희대학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가상 세계 속 물체의 촉각을 현실에서 그대로 느끼게 해주는 혁신적인 3차원 입체 표면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연구재단은 경희대학교 박윤석 교수 연구팀이 자기부상 열차의 구동 방식을 활용, 자유롭게 형태를 바꾸고 사람의 터치에도 손상 없이 스스로 복원되는 차세대 ‘소프트 메카니컬 메타표면’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메카니컬 메타표면이란 외부 자극에 반응하여 표면의 기하학적 형태를 능동적으로 변환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블 변형 표면 구조체를 말한다.

인간-기계 인터페이스 기술의 발전으로 사용자가 화면을 만지며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촉각 기반 플랫폼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외부 자극에 반응하여 표면 형태를 능동적으로 변환하는 메카니컬 메타표면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메타표면 기술은 물리적 충격에 취약하고 반응 속도가 느려 사람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따라가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표면 변화를 감지하기 위해 부피가 큰 외부 카메라 장비까지 따로 필요하다 보니 실제 일상생활에서 상용화하기에는 제약이 많았다.

연구팀은 탄성이 다른 두 고분자 소재를 결합해 유연하면서도 단단한 이중 레이어 구조를 설계하고, 여기에 각 픽셀에 유연한 탄성 고분자에 네오디뮴 자기입자를 균일하게 혼합하여 자기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프트 메타표면’을 구현했다.

이 표면 아래에 전압을 걸어주면 각 픽셀의 높이를 1000분의 8초(8ms)라는 아주 빠른 속도로 개별 제어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이론적으로 무려 1030가지 이상의 다양한 입체 형상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실험을 통해 검증됐다.

특히 표면 내부에 정밀한 움직임 관성 측정 장치(IMU)를 탑재, 외부 카메라 없이도 표면이 변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다.

자성제어 기계적 메타표면의 성능 및 응용 모식도.[경희대학교 제공]


이렇게 소프트한 표면과 센서를 통합한 구조 덕분에 외부 힘에 의해 형태가 일시적으로 일그러지더라도 목표 형상으로 자율 복원이 가능하며, 이 같은 물리적 복원성은 5000회 반복 작동에서도 구조적 손상이나 성능 저하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연구팀은 메타버스 환경에서 가상의 물체를 손으로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는 햅틱 디스플레이, 원격지의 환자를 직접 진찰하는 것과 같은 실감형 원격 의료 시스템, 인간의 감각을 완벽히 재현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피부 인터페이스로 실용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윤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형태 변환, 자가 감지, 시각 출력이 하나의 소프트 플랫폼 안에 유기적으로 통합된 사례”라며, “향후 차세대 촉각 인터페이스, 웨어러블 소자, 인터랙티브 디스플레이 분야로의 폭넓은 확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우수신진연구와 뇌과학 선도융합기술개발 지원사업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6월 26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