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피크아웃’ 공포 키운 美 빅테크...2Q 실적 발표에 반도체주 향방 달렸다

하이퍼스케일러, AI 투자금 외부 조달
AI투자 지속 여부가 반도체주 분수령
“빅테크 실적서 투자 정당성 확인해야”


투자업계에서 메모리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통과)’ 논란이 거세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압도적인 국내 증시에선 투자업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최근 ‘피크아웃’ 논란이 제기된 배경엔 미국 빅테크의 막대한 투자 부담에 따른 우려가 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투자 재원을 외부 차입에 의존하는 비중이 커지면서다. 반도체 기업 주가의 향방도 결국 이달 말부터 시작될 미국 빅테크들의 2분기 실적 발표에 달렸다는 평가다. 실적과 함께 AI 투자 확대 기조를 유지할지가 관건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알파벳·아마존·메타·오라클 등은 AI 인프라 확대를 위해 총 2960억달러를 조달했다. 이는 4개사의 올해 연간 잉여현금흐름(FCF) 추정치 약 570억달러의 5배를 웃도는 규모다.

AI 투자 경쟁이 격화하면서 빅테크들은 유상증자와 대규모 회사채 발행 등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7일 250억달러(약 38조원) 규모의 달러화 회사채를 발행했다. 앞서 오라클은 2월 250억달러, 알파벳은 20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찍었다. 알파벳은 AI 인프라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850억달러 규모의 유상증자 프로그램도 가동했다.

시장은 AI 투자가 차입과 자본 조달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미국 하이퍼스케일러 5개사(알파벳·아마존·메타·오라클·마이크로소프트)의 설비투자(CAPEX)는 2024년 2430억달러에서 2028년 9450억달러로 4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에만 670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CAPEX 확대와 수익성 우려가 메모리 반도체 피크아웃 논란을 키우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 대비 수익률(ROI)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하이퍼스케일러들이 향후 투자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경우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 확대 기대도 약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의 실적과 주가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증권가는 이달 말부터 시작되는 미국 빅테크들의 실적 발표가 반도체 업종의 향후 주가 방향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투자 규모와 향후 CAPEX 확대 기조가 유지될지가 반도체 업종 투자심리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금 필요한 판단은 ‘반도체를 팔아야 하는가’가 아니라 ‘AI Capex가 실제로 꺾였는가’”라며 “이달 말 발표될 하이퍼스케일러 2분기 실적에서 AI CAPEX 가이던스의 유지 또는 상향이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권순호 대신증권 연구원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주목할 것은 투자의 정당성과 규모의 지속, 이를 뒷받침할 생산성 효과의 가시성, 그리고 반도체 가격 상승의 감내 여부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시각은 한층 신중하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실적 시즌을 이끌었던 AI발 ‘실적 서프라이즈’가 이번 2분기에는 재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문이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