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감에 선제 조치
강화된 대출 총량규제도 영향 미친듯
은행권, 쏠림방지차원 추가 규제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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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30대 직장인 김 모 씨.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대로라면 집을 못 사겠다”며 지난달부터 열심히 임장을 다니고 있다. 그런 와중에 날아든 비보. KB국민은행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인다는 소식이다.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규제 강화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미 끌어올 수 있는 현금은 모두 가져온 상황인데, 이번 생에는 정말 집을 사지 못하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KB국민은행이 15억원 이하 주택 구입자금 대출 한도를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하는 초강수 조치를 내놨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다시 과열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맞추기 위한 선제 대응으로 풀이된다.다른 시중은행들도 대출 수요가 한곳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규제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10일부터 수도권과 규제 지역에서 취급하는 주택구입자금 전용 대출 최대 한도를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축소한다. 이 규제는 별도 안내 시까지 적용된다.
현재는 정부 규제에 따라 수도권이나 규제 지역 내 15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은행에서 최대 6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앞으로 국민은행에서는 3억원까지만 가능하다. 국민은행은 규제 지역이 아닌 곳에 대해서도 최대 3억원의 한도를 적용하기로 했다.
부동산 시장에 조금씩 과열 조짐이 보이자 선제적으로 대출 한도를 조정했다는 것이 국민은행의 설명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주택 거래 흐름 등을 보면 부동산 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가 있다. 가계대출의 안정적인 관리 차원에서 가계 여신 포트폴리오를 선제적으로 조정하고자 한다”면서 “실수요자 보호와 금융시장 안정을 함께 고려하면서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소비자들의 집값 상승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6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20으로, 4월과 5월에 이어 3개월 연속 전월보다 8포인트씩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경기 호황에 따른 주가 상승이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의 이번 조치에는 금융당국의 강화된 가계대출 총량 관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민은행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초과하면서 올해 5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0.59%의 증가율 목표를 부여받았다.
국민은행이 핵폭탄급 규제를 내놓으면서 대출자들의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전날 소식이 전해지면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지금이라도 빨리 다른 은행 대출 알아봐서 집을 사야 하는 건가” “정말 멘붕이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다른 시중은행으로 대출자가 몰리는 ‘막차 수요’가 쏠릴 가능성도 높다. 이에 따라 은행권 전반적으로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몇몇 은행은 규제 강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은 오는 10일부터 별도 안내 시까지 모기지신용보험(MCI)과 모기지신용보증(MCG) 가입을 제한하기로 했다. MCI와 MCG 가입이 제한되면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도 줄어든다.
모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는 “한 은행이 대출을 크게 조이면 다른 은행으로 수요가 쏠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국민은행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비대면 채널이나 모집인, 영업점 취급 가능 한도를 일별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가계대출 총량에 여유가 있는 건 아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이달 2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정책대출 제외)은 648조35억원으로 전년 말 644조9411억원 대비 3조624억원 늘었다. 연간 허용치(4조2646억원)의 71.8%를 채웠다.
모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 빚투 수요가 여전한 데다, 부동산 구매 자금 수요 역시 큰 상황”이라며 “마냥 대출 문을 열어뒀다간 대출 잔액이 폭증하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라 선제적으로 대출 총량을 관리할 필요가 있긴 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부터 은행권에 가계대출 관리를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다. 증가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더 강력한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뜻도 전했다. 실제 정부는 7월 부동산 세제 개편안 발표에 맞춰 새 규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상혁·유혜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