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들, 美 나토 탈퇴 언급 안해 ‘안도’
불만 최소화 초점…현안 돌파구 실종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들은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72조원 규모의 신규 조달 계획을 내놓으며 국방비 증액 기조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의는 새로운 합의 도출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불만을 달래고 미국의 나토 탈퇴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토 정상들은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앙카라 정상회의 선언’을 통해 “우리는 500억달러(약 75조4000억원) 이상의 신규 조달 계획을 발표하며, 공동 생산능력 확대와 산업계 협력을 통한 혁신 가속화를 약속한다”고 밝혔다.
정상들은 이어 “러시아가 유럽·대서양 안보와 안정에 가하는 장기적인 위협과 끊임없는 테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국들은 ‘헤이그 국방 약속’을 이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헤이그 국방 약속’은 지난해 나토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이 의결한 것으로, 오는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총 5%로 증액하기로 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기존에 약속한 국방 지출까지 포함하면 올해와 다음해 나토 회원국들의 국방 지출 규모가 800억달러(약 120조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정상들은 지난 2월부터 이어진 미국과 이란 간 전쟁에 대해선 “이란이 절대로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호르무즈 해협에서 항행의 자유를 온전히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냈다. 회원국 대부분이 이란 전쟁에 협조하지 않았지만, 이란의 핵 보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미국이 진행 중인 이란 공습에 대해서는 지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면’을 세워준 것이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7일부터 미국이 다시 시작한 이란 공습에 대해 “전적으로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날 선언에는 “나토 정상들은 집단방위와 대서양 동맹의 철통같은 의지를 재확인하기 위해 앙카라에 모였다”며 “유럽 동맹국들과 캐나다는 미국과 협력해 동맹의 방어에 대한 더 큰 책임을 맡고 있다”는 문구도 들어갔다.
나토 회원국들의 이 같은 노력 덕분인지 정상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엄청난 결속을 느꼈다. 오늘 그 방(회의장)에는 많은 사랑과 많은 단결이 있었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고 발언하는 나토의 결속을 강조하는 발언을 내놨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가 대서양 안보에 기여하고 있다”며 “올해 700억유로(약 120조4000억원)의 군사장비, 지원 및 훈련을 제공하기로 약속했으며 2027년에도 최소한 같은 수준을 유지한다는 주권적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명시했다.
나토 정상회의 이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나토 회원국의 새로운 성공 기준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키는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WSJ는 “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NATO 탈퇴를 거론하거나 동맹을 흔드는 발언을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안도하는 분위기”라며 “과거처럼 동맹의 핵심 현안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대신,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을 최소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가 됐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는 한 NATO 고위 관리가 회담 직후 “미국의 탈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 지난 1년간 유럽이 기울인 외교 노력의 성과”라고 자평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정상회의는 나토의 집단안보보단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외교 스타일이 회의 전반을 좌우한 자리였다”며 “각국 정상들이 방산 계약과 국방비 확대를 앞세워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를 얻으려 했고, 실제로 그의 호감을 얻은 국가들은 가시적인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김영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