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틀 연속 이란 공습…트럼프 “장기전 추구 안 해”

트럼프 “종전MOU 끝난것 같다” 직후
이란 軍 요충지·철도교량 집중 타격
이란 “MOU 통째위반…대규모 보복”

충돌 원인 ‘핵무기급’ 호르무즈 통제권
보복 악순환에 국제유가 5.2% 급등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 상선 공격을 이유로 지난 7일(현지시간) 시작한 공습을 이틀째 이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가 “끝난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장기전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이란에 합의 이행을 종용하는 경고 차원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란도 중동 지역의 미군 기지에 반격을 퍼붓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응수하겠다”고 천명해, 강대강 대치가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란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미군 중부사령부는 8일(현지시간) 이란을 겨냥해 추가 공습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전날 이란의 해안 레이더 기지, 대함 미사일 전력,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소속 소형정 등 80개가 넘는 표적을 타격한 데 이어 이틀째 공습에 나선 것이다.

이란 반(半)관영 파르스 통신에 따르면 이날 반다르아바스, 시리크섬 등 남부 지역 곳곳에서 연쇄적으로 폭발음이 들렸다. 반다르아바스는 IRGC 해군의 총사령부가 있는 군사 요충지이며, 시리크 섬은 IRGC의 해안 미사일 기지가 밀집한 곳이다. 이란 동남부의 항구도시 차바하르에서도 여러 차례 강한 폭발음이 울렸다. 차바하르는 이란의 핵심 항구이자 IRGC의 기지가 있는 경제·군사적 요충지다. 이란 관영 누르뉴스 통신에 따르면 차바하르시 일부 구역은 전력 공급도 끊겼다. 누르뉴스는 이란 남서부의 부셰르에서도 여러 차례 폭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부셰르는 이란의 유일한 원자력 발전소와 혁명수비대의 해군기지가 있는 곳이다.

미군은 남부에 이어 북동부 지역까지 공습을 감행했다. 이란 IRIB 국영방송은 북동부 골레스탄주 아칼라시 외곽 철도 교량이 미군으로부터 공격받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추가로 상선을 공격할 경우 더 강한 공습을 받게 될 것이라 경고하기도 했다.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지난해 12일 전쟁 당시 미군이 이란을 공격했던 이미지와 영상을 올린 그는 “어제 이란이 선박을 공격한 것에 대한 보복 조치”라며 “만약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한다면 (이란이 받게 될 공격은)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합의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호르무즈 해협 안전 통항이 어그러지고, 다시 공습 국면으로 들어선 것에 대해 “(종전 MOU가) 끝난 것 같다”고 회의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그는 마르크 뤼터 사무총장과의 회담에서 이란 지도부에 대해 “쓰레기(scum)”라거나 “지긋지긋한 사람들”이라 지칭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그럼에도 협상이 완전히 결렬되고, 다시 전쟁 국면으로 돌아서는 것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나토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매우 빨리 끝날 것”이라며 “우리는 장기전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공습이 이란에 성실한 합의 이행과 본협상 도출을 압박하는 경고 차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기전 가능성을 차단했지만, 이는 이란의 대응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IRGC는 미국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바레인과 쿠웨이트의 미군 기지 85곳을 보복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이란의 한 군사 소식통은 누르뉴스에 “적대적 표적에 대한 통합 방공망의 교전에 더해 미사일·드론 부대가 몇 분 내로 중동 내 테러리스트 미군 기지에 대규모의 포괄적인 공격을 개시할 것”이라며 중동 지역 미군 기지에 대한 공격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종전 협상을 이끌어온 내각도 미군의 공습에 대한 보복이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엑스(X)에 “미국은 일방적 조치(원유 제재 부활)와 호전적인 공격으로 사실상 합의의 틀(구조)을 통째로 위반했다”라며 “이란은 국가 이익을 보호하고 주권을 행사하는 데 있어 단호하고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게시했다.

미국과 이란간 보복의 악순환의 원인은 핵무기급 위력을 가진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에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황금무기’로 규정하며 미국과의 군사적 긴장 고조까지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격화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자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8.02달러로 전장 대비 5.20% 올랐다. 도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