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세 지속…인플레는 이어질 것
환율 높아…금융불균형 불안 요인
16일 금통위서 기준금리 인상 전망
국내 주가 추세적 하락 전환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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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중앙은행, 그리고 화폐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2026년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통방) 회의를 일주일 앞두고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경제 상방압력은 커지는 동시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장기화 전망도 나오는 상황에서 한은의 긴축적 기조가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
신현송 총재는 9일 오전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인사말을 통해 “우리 경제는 글로벌 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성장세가 확대됐으며 특히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인한 교역조건 개선으로 명목 GDP 성장률이 크게 높아졌다”며 “앞으로도 반도체 경기 호조가 이어지고 중동지역 긴장이 완화됨에 따라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물가에 대해서는 “상반기 중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크게 확대됐다”며 “앞으로 물가는 중동사태 진정에도 불구하고 그간 높아진 비용 상승의 파급이 당분간 지속되고 수요측 압력이 커지면서 상당 기간 높은 상승률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외환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신 총재는 “금융·외환시장에서는 대외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주요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원/달러 환율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주식 순매도 지속과 미 달러화 강세로 1500원대 초중반의 높은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월평균 환율은 1528원으로 외환위기 다음으로 가장 높았다. 환율은 4월(1485원) 이후 두달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최근에는 SK하이닉스 미국 ADR(주식예탁증서) 상장 등 원화 수요 확대와 지정학적 긴장 등 환율은 상·하방 압력을 동시에 받고 있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9.7원 떨어진 1498.5원에 주간 거래(오후 3시 30분 기준)를 마쳤다. 1400원대 주간 종가는 5월 14일(1491원) 이후 37거래일 만이다. 이후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고조에 환율은 다시 치솟았다. 9일 오전 6시 34분께 환율은 1507.5원을 찍은 뒤 점차 하락하다 오전 9시 16분께 1496.8원까지 떨어졌다. 9시 20분 현재 소폭 오른 1499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신 총재는 주식 시장에 대해서도 “주가는 주요 업황 호조, 자본시장 제도 개선 등에 힘입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으나 최근에는 외국인 차익실현 및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재조정) 목적의 매도가 확대되면서 다소 조정받는 모습”이라며 “국고채금리는 국내외 인플레이션 우려 및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변화 등으로 상당폭 상승했다가 미-이란 종전 합의 이후 국제유가 하락 등을 반영해 상승폭이 다소 축소됐다”고 말했다.
금융시스템에 대해서는 “대외 여건의 높은 불확실성에도 실물경제의 성장세 확대와 금융기관의 양호한 복원력 등에 힘입어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금융·외환시장의 높은 변동성과 함께 수도권 주택가격의 상승세 재확대 등에 따른 금융불균형 누증 위험 등은 불안 요인으로 잠재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신 총재는 재차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은행은 지난해 7월 이후 기준금리를 2.5% 수준에서 유지해 왔지만 향후 통화정책 운용과 관련해서는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 성장세 개선, 금융안정 리스크 증대 등을 고려할 때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신 총재는 5월 말 금융통화위원회 통방 회의에서 처음 금리 인상 필요성을 거론한 뒤 여러 차례 공식적인 자리에서 긴축적 기조를 드러냈다. 16일 통방 회의를 일주일 앞두고 재차 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시장에서도 이번 통방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신 총재는 외환시장 24시간 개장 등 금융·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제도적 혁신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행은 높은 대내외 불확실성 하에서 정부와의 공조를 통해 금융‧외환시장의 안정을 적극 도모했으며 금융·경제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외환·자본시장에 대한 접근성 제고를 위해 이번주부터 외환시장 24시간 개장을 시행하고 있으며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 구축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환시장 안정과 수급 개선을 위해 올해 6월 외화 초과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 지급을 연장했고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도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금융·경제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대응해 보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디지털 지급수단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도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제고하기 위해 저출생‧고령화, 지역균형발전, 기후변화 등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이어가면서 중립적이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한은은 재경위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서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 전망치 상향 조정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정부는 자본시장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국내 주가의 추세적 하락 전환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최근 코스피 흐름에 대해 “5월 이후 외국인 차익실현, 반기 말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등의 영향이 가세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등락했다”며 “향후 주가는 AI 산업 관련 우려,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 및 글로벌 자금 흐름 변화 등에 영향을 받으며 높은 변동성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반도체 경기는 AI 활용 영역, 관련 인프라 투자 확대로 상당 기간 확장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다만 한은은 “AI 수익성 우려에 따른 금융시장 조정과 빅테크의 실물 투자 축소, 에너지 병목 등은 하방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스테이블코인은 산업적 측면 외에 통화·외환정책, 금융안정 등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 잠재 리스크도 고려해 도입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한은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입법안 마련 시 은행권 중심 컨소시엄 우선 발행, 관계기관 간 법정 정책기구 신설 등과 같은 안전장치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