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빗 품은 미래에셋, 한국판 ‘로빈후드 플랫폼’ 개발 성공할까 [크립토360]

미래에셋컨설팅-코빗 인수 승인 업계 영향은
2단계 입법·신상품 허용 여부에 반전 기회
ETF·RWA 등 코빗 거래 인프라 연결 가능성
거래소 지분제한 규제는 추후 변수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글로벌전략가(GSO, 왼쪽)와 오세진 코빗 대표. 각 사 제공


[헤럴드경제=경예은·홍태화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미래에셋컨설팅의 코빗 인수를 승인하면서 향후 디지털자산 시장 판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당장 코빗의 거래소 점유율 상승보다는 미래에셋그룹과의 사업적 시너지를 통해 상장지수펀드(ETF)와 실물연계자산(RWA) 등 다양한 디지털자산 상품을 개발하고, 한국판 ‘로빈후드’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건은 당국과 국회가 디지털자산 제도를 조기에 도입하는 것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컨설팅의 코빗 인수는 최근 성사된 거래소 투자 가운데서도 규모와 지분율 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거래다. 앞서 미래에셋컨설팅은 지난 2월 코빗 주식 약 2691만주를 1335억원에 취득했다. 엔엑스씨(NXC)와 SK플래닛이 보유한 지분을 사들이는 거래로 공정위 승인에 따라 미래에셋컨설팅은 코빗 지분의 92.06%를 취득하게 됐다. 향후 코빗 이사회 구성원에는 미래에셋컨설팅 측 인력이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빗 측은 이와 관련해 “주주총회 등 남은 절차가 있어 개별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공개가 어렵다”며 “앞으로도 이용자 보호와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최우선 가치로 사업을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인수 효과가 곧바로 코빗의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본다. 이미 업비트와 빗썸이 전체 거래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데다 국내 원화거래소의 사업 영역도 현물 매매에 사실상 집중돼 있어서다.

실제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황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 6월 국내 5대 원화거래소의 거래량은 총 701억2000만달러(약 105조6708억원)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코빗의 점유율은 1.25%에 그쳐 업비트(63.08%)와 빗썸(30.58%)은 물론 코인원(4.99%)에도 크게 못 미쳤다. 상반기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순위는 같았다. 1~6월 거래량에서 업비트가 62.6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빗썸(28.79%), 코인원(5.86%), 코빗(2.65%), 고팍스(0.06%) 순으로 뒤를 이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1·2위 사업자와의 점유율 차이가 워낙 큰 상황에서 아무리 자본을 투입하더라도 다른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시장을 뒤집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코빗은 지난 2021년 SK스퀘어로부터 9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지만 시장 순위를 뒤집는 발판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당시 테라·루나 사태 등 시장 악재가 겹친 점을 감안하더라도 자본 투입만으로 기존 경쟁 구도를 흔들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다. 사용자환경(UI)과 거래 편의성 역시 업체별 격차가 상당 부분 줄어든 만큼 단순한 브랜드 변화만으로 고객 이동을 이끌어내기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결국 시장 반전 여부는 향후 디지털자산 제도가 금융회사의 시장 참여를 얼마나 폭넓게 허용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처럼 개인 고객의 디지털자산 현물 거래에 사업 영역이 집중된 상황에서는 미래에셋과 코빗이 각자 가진 강점을 결합할 수 있는 범위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포함한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이 시장 친화적인 방향으로 마련돼 금융회사의 디지털자산 사업 진출 기회가 확대될 경우 양사의 시너지도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디지털자산 상장지수펀드(ETF)와 실물연계자산(RWA), 토큰증권(ST) 등 투자 상품이 다양해지면 미래에셋의 상품 개발·판매 역량과 코빗의 거래 인프라를 연결할 여지가 커지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미국 온라인 투자 플랫폼 로빈후드(Robinhood)와 유사하게 하나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국내외 주식과 디지털자산을 함께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은 전통 금융자산과 디지털자산의 경계를 허무는 통합 투자 플랫폼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공개한 글로벌 투자 플랫폼 ‘맵스(MAPS·Mirae Asset Portfolio Service)’다.

맵스는 미래에셋그룹의 차세대 성장 전략인 ‘미래에셋 3.0’ 비전 아래 선보인 첫 글로벌 투자 플랫폼으로, 투자자가 주식·채권·ETF 등 전통 금융상품은 물론 디지털자산까지 하나의 모바일 플랫폼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국가와 자산군의 경계를 넘어서는 ‘글로벌 투자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글로벌전략가(GSO)도 맵스 공개 당시 “이건 비즈니스의 확장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변곡점”이라며 “미래에셋의 목표는 ‘세계 투자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단순히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하는 차원을 넘어 투자와 자산관리 전반을 아우르는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이 보유한 고객 기반 역시 코빗에는 강점이 될 수 있다. 특히 고액자산가(VIP)를 대상으로 차별화된 상품이나 수수료 혜택, 전용 서비스를 선보일 경우 상대적으로 거래량이 적은 중위권 거래소 간 경쟁에서는 빠르게 격차를 좁힐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소수 고객이 상당한 거래량을 만들어내는 시장 특성상 기존 영업망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법인 시장 개방도 향후 거래소 경쟁 구도의 주요 관전 요인으로 꼽힌다. 미래에셋은 기관·법인 금융에서 강점을 가진 만큼 기업의 디지털자산 투자가 본격화될 경우 코빗과의 결합 효과가 더욱 커질 수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향후 디지털자산 ETF 시장에서 발행부터 보관·거래·유통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순히 법인 고객의 거래 수요를 흡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관을 겨냥한 디지털자산 투자 상품을 직접 설계·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금융당국에서는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안에 디지털자산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 상한을 20%로 제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법인이 대주주인 경우 등을 포함한 예외에 따라 최대 34%까지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해당 규제가 현실화할 경우 코빗 지분 92.06%를 확보한 미래에셋컨설팅 역시 유예기간을 감안한 6년 이내 초과 지분 처분 등 지배구조 재편 압박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