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테크 덕후’ 마음 훔친 그랜저 팝업…현대차, 첫 기술 전시서 자신감

현대차 첫 기술 중심 팝업 개최
개발진이 직접 푼 그랜저 신기술 뒷이야기
차세대 HEV·생성형 AI·스마트루프 전시
배터리 밑 2열 리클라이닝 구현 과정 공개


서울 성동구 인포멀 스퀘어에 마련된 ‘더 뉴 그랜저 테크 팝업 스토어’ 외관. 현대자동차는 기술을 주제로 한 첫 팝업 스토어를 열고 더 뉴 그랜저의 핵심 신기술과 개발 과정을 공개했다. [현대차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그랜저에서 시작됐습니다.”

현대자동차가 9일 서울 성동구 인포멀 스퀘어에 마련한 ‘더 뉴 그랜저 테크 팝업 스토어’는 일반적인 신차 전시장과 달랐다. 신차를 앞세운 홍보 공간이라기보다 차량 안쪽에 숨은 부품과 설계 과정을 꺼내 놓은 기술 설명회에 가까웠다.

현대차가 기술 개발 과정을 팝업 스토어 형식으로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디자인이나 브랜드 경험 대신 ‘기술이 어떻게 완성됐는지’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더 뉴 그랜저에 담긴 신기술을 고객 앞에 직접 꺼내 보이겠다는 자신감이 전시장 곳곳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더 뉴 그랜저 주요 신기술


행사장은 1층부터 3층까지 더 뉴 그랜저의 핵심 기술을 따라 이동하는 방식으로 꾸며졌다. 각 층에서는 개발진이 직접 나와 ‘왜 이 기술이 필요했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지’를 설명했다.

단순한 기술 자랑이 아니다. 부품 하나, 수치 하나를 바꾸기 위해 어떤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쳤는지 풀어낸 내용이 주를 이뤘다. 브로슈어에 담기 어려운 이런 뒷이야기는 이른바 ‘테크 덕후’들이 이목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9일 서울 성동구 인포멀 스퀘어에서 열린 ‘더 뉴 그랜저 테크 팝업 스토어’에 더 뉴 그랜저가 전시돼 있다. 현대차는 이번 행사에서 더 뉴 그랜저에 적용된 핵심 기술과 개발 과정을 일반 고객들에게 공개했다. [현대차 제공]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하이브리드 모델의 2열 리클라이닝 시트다. 보통 뒷좌석 시트를 젖히는 기능은 간단해 보이지만, 하이브리드차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2열 시트 아래에 고전압 배터리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시트가 뒤로 움직이면 배터리와 부딪힐 수 있고, 배터리 냉각 구조도 다시 짜야 한다.

홍석현 배터리설계2팀 연구원은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시트 포지션의 변경 없이 시트와 배터리의 간섭을 피하면서 기존 가솔린 모델의 리클라이닝 시트 상품성을 유지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시트 장착 위치를 앞쪽으로 37㎜ 옮기고, 배터리 프레임 높이를 낮췄다. 냉각 덕트도 기존 도어 스커프 방향에서 트렁크 방향으로 바꿨다. 개발진은 “수많은 설계 수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더 뉴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2열 시트 하부 구조. 현대차는 고전압 배터리와 시트 간섭을 줄이기 위해 시트 장착 위치와 배터리 프레임 구조를 조정해 2열 리클라이닝·통풍 시트를 구현했다. [현대차 제공]


하이브리드 특유의 진동을 줄이기 위한 설명도 이어졌다. 이성백 MLV전동화소음진동시험팀 책임연구원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타보셨다면 모터로 조용히 달리다 엔진이 켜지는 순간 미세한 떨림을 느낀 경험이 있을 것”이라며 “개발자는 이것을 시동 이질감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더 뉴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엔진이 다시 켜질 때 진동이 적게 발생하도록 엔진이 멈추는 위치를 미리 제어한다. 이를 통해 시동 진동을 최대 51% 줄였다는 설명이다.

2층에서는 승차감과 공력 개선 기술이 소개됐다. 개발진은 더 뉴 그랜저가 단순히 부드러운 차가 아니라, 노면 충격은 줄이면서도 고속 주행 때 차체가 안정적으로 느껴지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공기저항계수를 기존 0.27에서 0.26으로 낮추기 위해 액티브 에어 플랩 주변 틈새, 에어커튼, 리어 범퍼 하단 커버까지 손봤다. 겉으로 잘 보이지 않는 작은 부품의 각도와 곡률까지 손본 결과 연비와 정숙성을 함께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더 뉴 그랜저’에 적용된 스마트 비전 루프. 손가락 터치로 고분자 분산형 액정(PDLC) 필름의 투명도를 조절해 루프를 투명 또는 불투명 상태로 바꿀 수 있다. 정경수 기자


3층은 실내 경험을 바꾸는 기술이 주를 이뤘다. 스마트 비전 루프는 기존 파노라마 선루프보다 개방 면적을 약 42% 넓히고, 6개 영역의 투명도를 따로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전동식 에어벤트는 송풍구를 눈에 덜 띄게 숨기면서도 바람 방향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기술이다.

김현섭 공조시스템설계팀 연구원은 “프리미엄 라운지라는 단어에 걸맞은 실내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에어벤트는 최대한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설계적 과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더 뉴 그랜저에 적용된 전동식 에어벤트 작동 모습. 송풍구를 숨긴 히든 타입 디자인을 적용하면서도 바람 방향과 범위를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정경수 기자


현대차 최초로 탑재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도 더 뉴 그랜저의 핵심 변화다. 17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생성형 AI 에이전트 ‘글레오 AI’, 앱마켓,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능을 제공한다.

신용진 인포테인먼트플랫폼개발팀 책임연구원은 “기존 음성 인식이 정해진 명령어만 처리했다면 글레오 AI는 사용자의 의도와 맥락을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더 뉴 그랜저 테크 팝업 스토어에 전시된 1세대 그랜저. 현대차는 1세대부터 최신 모델까지 이어진 기술 혁신의 역사를 한자리에서 선보였다. 정경수 기자


그랜저는 1986년 첫 출시 이후 40년간 현대차의 기술 변화를 가장 먼저 담아온 대표 플래그십 세단이다. 로봇·인공지능(AI)·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는 현대차가 완성차 안에 담긴 기술까지 소비자 앞에 직접 꺼내 보였다는 점에서 이번 팝업 스토어는 단순한 신차 전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김평 현대차 MLV프로젝트3팀장은 “더 뉴 그랜저 테크 팝업 스토어는 현대자동차의 신기술 개발 과정을 팝업 스토어 형식으로 처음 시도하는 자리”라며 “더 뉴 그랜저에 탑재된 최신 모빌리티 기술이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됐는지, 그 개발 전후의 이야기를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월 출시된 신형 그랜저는 출시 첫날 총 1만277대 계약을 기록하며 흥행 기대감을 높였다. 해당 기록은 지난 2019년 출시된 6세대 그랜저(IG) 부분변경 모델의 첫날 계약 기록(1만7294대)에 이어 역대 그랜저 페이스리프트 모델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