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조선사 AI에 1조 쏟을 때…국내 3사 매출 대비 R&D 투자 ‘0.7%’

중국 최대 조선소 작년 R&D에만 1조3000억원 투입
매출 대비 비율 4%대
중국선 건조 효율 20% 감축 등 투자 성과 가시화
국내 3사, 합산 R&D 비용 4012억원
韓 조선소 스마트화 아직 ‘걸음마’ 수준

[챗GPT를 이용해 제작한 이미지]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중국 최대 조선소 중국선박그룹유한공사(CSSC)가 지난해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연구 및 개발(R&D) 비용을 투입해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조선 3사 합산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여전히 0%대에 머물렀다.

9일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공시된 중국 최대 국영 조선사 CSSC 홀딩스의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CSSC 홀딩스는 R&D에 59억688만6100위안, 한화로 1조30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지난해 매출(1519억7800만위안) 대비 4%에 달하는 규모다.

CSSC 홀딩스는 지난해 기준 중국 1·2위 조선사였던 CSSC를 중국선박중공업집단(CSIC)가 흡수합병해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출범했다. 총자산만 4000억위안(약 88조원)에 달하는 압도적인 세계 최대 조선사다.

매출 기준으로 CSSC 홀딩스는 국내 대표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에 맞먹는다. CSSC 홀딩스의 지난해 매출은 한화로 약 33조원, 조선 3사 합산 매출은 약 53조원이었다.

반면 이들이 투자한 R&D 규모는 크게 차이가 났다. 지난해 조선 3사가 R&D에 투입한 자금은 각각 HD한국조선해양 2265억원, 한화오션 738억원, 삼성중공업 1009억원으로 합산 4012억원이었다. 합산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7%다. 양측 회사 매출 규모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매출 대비 투자 비율에서 6배 가까이 차이가 벌어진 셈이다.

CSSC 홀딩스 R&D 투자 핵심은 ‘스마트 조선소’ 구축이다. 공시된 계열사별 R&D 세부 내역을 보면 ▷외고교조선 디지털 트윈 조선소 고도화 ▷북해조선 스마트 생산라인 도입 ▷중선톈진 선박제조 스마트장비 연구원 설립 ▷다롄조선 스마트 생산라인 구축 등이 예정돼 있다.

일부 투자는 이미 현실화돼 있다. 대표적으로 우창조선은 디지털 생산라인 구축을 마쳐 중국 정부가 단순 자동화를 넘어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도입한 지능형 공장에 대해 지정하는 ‘탁월급 스마트 공장’에 선정됐다.

와이가오차이조선소는 물류 관리부터 건조에 이르는 모든 의사결정을 지능화하는 것을 목표로 데이터플랫폼을 구축하고, 디지털 트윈 조선소를 구축 중에 있다. CSSC 홀딩스는 보고서에서 “대형 크루즈선 기준 건조 효율이 첫 선박보다 20% 개선됐다”며 “연간 인도 목표를 모두 달성하고 7척을 초과 인도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 모두 수 년치 수주가 쌓여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가격 경쟁력에 더해 납기 일정까지 단축한다면 한국에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 조선소 스마트화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단순 조립 공정 목적의 협동로봇이 다수 배치됐지만, 디지털화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AI 도입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우려한 노조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AI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장비 설치부터 난항을 겪는 곳이 대부분이다.

일례로 한화오션은 폐쇄회로(CC)TV를 활용한 통합관제센터 구축 등을 포함한 스마트 안전 시스템 도입을 지난 2024년부터 추진하고 있으나, 사생활 침해 문제를 제기한 노조 반대로 3년째 지연되고 있다.

조선소들도 올해 들어서야 임금단체협약 안건에 AI 도입 문제를 올린 수준이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초 출범한 노사공동협의체에서 최근 들어서야 영상 장비를 감시나 통제 수단으로 쓰지 않겠다는 내용에 대한 협의에 들어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 외에는 아직 구체적으로 AI 관련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스마트 조선소를 이미 현실화한 중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노사 협의에만 수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기술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