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났던 돈 다시 은행으로…한주새 12조 몰려

극심한 주가 변동 피로감에 대피 성격
은행권, 특판 정기예금 등 수신 총력전



최근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 자금이 다시 은행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감지된다. 고수익을 기대하며 주식 시장에 머물던 자금이 급격한 주가 변동에 피로감을 느끼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예금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다만 증시를 향한 투자 대기 수요가 여전히 견고해 본격적인 자금 이탈보다 일시적 대피 성격으로 보는 분석이 우세하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6일 기준 961조4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과 비교해 12조702억원 늘어난 규모다.

정기예금으로의 자금 유입은 시중 자금이 증시로 쏠리는, 이른바 머니무브(자금 이동) 여파로 상당 기간 둔화됐으나 4월을 기점으로 증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실제 4월 말과 비교하면 현재 잔액은 24조원 이상 불어난 상태다.

이처럼 정기예금 잔액이 늘어난 것은 최근 시장금리 상승으로 2% 선이던 예금 금리가 3%대 중후반까지 높아지는 상황에서 투자 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증시 활황에 따른 머니무브 우려 속에서도 은행들이 수신을 방어할 수 있었던 것은 주로 유동성이 풍부한 기업의 자금 유입 덕분이었다”면서도 “하지만 최근에는 증시 변동성에 피로감을 느낀 개인 투자자의 자금도 상당폭 흡수되고 있는 흐름”이라고 전했다.

실제 최근 한 달여간 코스피 지수는 7000선 중반에서 9000선 초반을 오르내리는 큰 변동폭을 보이고 있다. 투자 위험도가 높아지자 비교적 최근 주식 투자에 나섰던 이들을 중심으로 ‘일단 나와서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변동성이 극에 달한 증시에서 잠시 발을 빼고 안전한 확정 금리 상품으로 대피하려는 수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를 두고 증권사 예탁금이 은행 수신으로 본격적으로 이동하는 ‘역(逆) 머니무브’ 흐름이라 단정 짓기는 이르다는 신중론이 지배적이다.

당장 은행으로는 만기가 비교적 짧은 단기 예금 상품 위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데, 이는 증시가 안정을 찾거나 다른 매력적인 투자 기회가 생기면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려는 수요가 크다는 의미로 읽힌다.

증시에서 차익을 실현하거나 손절한 자금이 은행 수신으로 들어오기보다는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대출)을 우선 상환하는 데 쓰이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는 점도 역 머니무브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실제 지난달 말 코스피 지수가 크게 하락했을 당시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한도 소진율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최근 다시 낮아지는 추세다. 주가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본 자금이 한때 적극적으로 차입에 나섰으나 변동성이 더 확대되면서 추가 매수는 다소 주춤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증권사로의 자금 이탈에 대한 은행권의 우려는 여전히 깊어 보인다. 이에 주요 은행은 우대금리를 얹은 특판 정기예금을 잇달아 선보이는 등 일시 유입된 자금을 묶어두기 위한 선제적인 수신 수성전에 나서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수신 흐름은 확대라기보다는 이탈폭 감소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면서 “증시 대기 자금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이를 선점하기 위한 은행권의 금리 경쟁이 예상된다”고 했다.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