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탈플라스틱, 선언을 넘어 행동에서 답을 찾다


중동전쟁의 여파는 단순히 유가 상승에 그치지 않았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제한은 원유, 나프타와 같은 핵심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공급망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특히 원유로 만드는 플라스틱 가격이 급등하며, 우리가 얼마나 플라스틱에 기대어 살아왔는지 새삼 느끼게 됐다. 값싸고 편리한 일회용 중심의 삶이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구조 위에 서 있던 셈이다.

다행히 인식은 이미 변하고 있다. 최근 조사에서도 국민 10명 중 8명이 플라스틱 문제에 깊이 공감하고, 사용을 줄일 의지가 있다고 답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의지와 선언’을 행동으로 바꾸는 것이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자원을 순환하는 ‘탈플라스틱 순환경제’는 우리의 소비와 생산 방식을 바꾸는 데서 시작된다. 일회용컵 대신 다회용기를,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드는 일은 작지만 분명한 기후 행동이다. 이러한 선택이 쌓여 우리 일상을 바꾸고, 지구의 내일을 지킨다.

출발점은 멀리 있지 않다. 카페와 음식점처럼 일상 공간부터 바뀌어야 한다. 단 국내 카페 문화가 크게 성장하는 사이 음료는 다양해졌고 포장, 배달, 비대면 주문 등 일회용품 사용의 양상도 복잡해졌다. 변화의 실마리를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찾아야 하는 이유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소비자와 가장 밀접한 커피 전문점, 음식점 등 매장과 함께 탈플라스틱을 선도할 계획이다. 다회용 컵을 우선 비치하고, 빨대 등은 꼭 필요한 음료에만 쓰이도록 하며,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를 줄여나가는 일은 모두 현장에서 바꾸어나갈 수 있는 변화다. 여기에 일회용컵 보증금제, 텀블러 등 개인컵 할인과 폐휴대전화 반납과 같은 일상의 작은 실천으로 적립할 수 있는 탄소중립포인트로 체감 가능한 보상이 더해지면 소비자 참여도 넓힐 수 있다. 기후부는 카페, 제과점, 패스트푸드 전문점 등 주요 프랜차이즈 뿐만 아니라 개인 카페와도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협력을 넓혀나가고, 그 성과를 분석해 제도화 방안을 만들 예정이다.

일회용품의 자리는 다회용품이 대신해야 한다. 가족 단위로 많이 찾는 에버랜드는 지난 1년간 기후부, 용인시와 협력해 일회용컵을 다회용컵으로 바꾸어냈다. 지역 축제에서도 다회용기 사용이 자리 잡았다. 기후부는 이 성과를 전국 장례식장, 스포츠경기장, 대형 사업장 등 다른 다중이용시설에도 확산할 예정이다. 불편함을 감수하라고 요청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회용품이 더 자연스럽고 편리한 선택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정부와 기업의 책임이다.

더 나아가 변화는 일회용품을 넘어 제품 전반으로 확장돼야 한다. 포장재는 물론 가전, 차량 등 모든 제품을 오래 쓰고, 수리하고, 재활용할 것까지 고려해서 생산해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설계 요건을 규정하는 ‘한국형 에코디자인 제도’를 내년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유럽연합은 이미 친환경성이 낮은 제품의 시장진입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우리 역시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제조업을 재편해야만 경쟁력을 선점할 수 있다.

위대한 변화는 불편을 동반한다. 익숙한 편리함이 미래의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 없다. 우리 모두가 기후시민의 ‘실천하는 힘’을 발휘할 때, 우리는 비로소 지속가능한 사회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다.

금한승 기후에너지환경부 제1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