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일군 회사를 잘 넘기려면



새벽 여섯 시, 창업주는 늘 그랬듯 공장 문을 가장 먼저 열었다. 30여년 전 직원 몇 명으로 시작해 수도권 외곽에 자리 잡은 이 제조 중소기업은, 한 분야의 부품을 묵묵히 만들며 거래처의 신뢰를 쌓아 왔다. 그러나 그날 아침 그가 바라본 것은 익숙한 설비가 아니라, 자신이 떠난 뒤의 공장이었다. 후계는 마땅치 않았고, 산업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었다. “이제는 회사를 넘길 때”라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그는 몇 해를 망설였다.

이 창업주의 망설임은 개인의 사정이 아니다. 한국의 제조 중소기업 경영자는 빠르게 나이 들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그 평균 연령은 55.4세, 60세 이상이 약 3분의 1에 이른다. 그러나 물려받을 사람은 마땅치 않다. 정부 집계로는 뚜렷한 후계 없이 운영되는 제조 중소기업이 약 5만6000곳에 달하며, 그 대부분이 수도권 밖에 있다.

후계가 끊긴 자리를 메우는 현실적 대안이 매각, 곧 제3자 승계형 인수·합병(M&A)이다. 현장에서 회사의 미래를 고민하던 그 모습은, 앞으로 수많은 제조업 오너가 차례로 마주할 장면이다. 문제는 ‘팔 것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잘 팔 것이냐’다. 회사를 잘 키우는 일과 잘 넘기는 일은 전혀 다른 역량이기 때문이다. 약 1년에 걸쳐 종결된 한 거래의 여정이 그 답의 실마리를 보여 준다.

매각 자문이 시작되고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가격이 아니라 경계의 문제였다. 제조업은 자산이 무겁다. 공장 부지와 설비, 그리고 오랜 세월 회사 영업과 얽혀 온 오너 개인 명의의 부동산까지. 무엇을 거래에 담고 무엇을 덜어낼 지부터 정리하지 않으면, 거래는 실사 단계에서 어김없이 흔들린다.

두 번째 매듭은 사람이었다. 오래된 제조 중소기업은 대개 창업주 혼자가 아니라 가족과 소수의 주주가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다. 겉으로는 한 가족이지만, 매각이라는 현실 앞에서는 저마다의 셈법이 다르다. 누군가는 빠른 정리를 원하고, 누군가는 마지막 한 푼까지 따진다.

여기서 흔히 거래가 멈춘다. 전체 주주의 매각 의사와 권한을 사전에 한 방향으로 정렬해 두지 않으면, 1년을 쌓아 온 협상이 막판에 한 사람의 이견으로 무너진다. 그래서 우리는 가격을 논하기 전에 ‘누가 파는 당사자이며, 누가 대가를 받고, 누가 서명할 권한을 가지는가’를 먼저 문서로 분명히 했다. 가족의 신뢰가 곧 거래의 토대였고, 그 신뢰를 계약의 언어로 옮기는 일이 자문의 첫 책무였다.

밸류에이션 단계에서는 또 다른 제조업 특유의 함정이 기다린다. 부동산과 설비의 장부가와 실제 시가 사이에는 종종 큰 간극이 있다. 이 간극을 미리 설계해 두지 않으면, 종결을 코앞에 두고 가격 분쟁으로 번진다.

비밀유지계약에서 시작된 거래는 기업개요서 작성과 잠재 인수자 탐색, 의향서와 실사, 본계약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이 긴 여정에서 거래의 온도를 지키는 일은 생각보다 섬세하다. 핵심은 정보 공개의 리듬이었다. 무엇을, 언제, 누구에게 여느냐. 민감한 정보를 너무 일찍 열면 경쟁과 평판의 위험이 커지고, 너무 늦게 닫아 두면 상대의 관심이 식는다. 우리는 단계마다 공개의 수위와 시점을 조율하며, 비밀을 지키는 일과 신뢰를 쌓는 일 사이의 균형을 잡아 나갔다. 거래는 한 번의 도장이 아니라, 수십 번의 작은 결정이 쌓여 만들어지는 과정이었다.

승계의 시대가 오고 있다. 수많은 제조 중소기업이 머지않아 같은 새벽을 맞을 것이다. 회사를 가장 잘 아는 것은 오너이고, 거래를 가장 잘 아는 것은 자문이다. 좋은 매각은 그 둘이 같은 도면을 함께 그릴 때 완성된다. 30년 공장을 넘기는 데 1년이 걸린 이유, 그리고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김대업 브릿지코드 M&A센터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