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고객 환경 반영한 데이터 확보
전기차 대체 전력 자원으로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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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그룹의 제주도 V2G 실증 시범서비스 참여 고객의 제주시 한경면 소재 자택에 설치된 양방향 충전기를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9이 이용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전기차-전력망 연계(V2G) 시범 서비스 인프라 구축을 마무리하며 국내 실증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반 가정에서 전기차와 전력망 간 양방향 충·방전을 구현해 V2G 상용화를 위한 실증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V2G는 전기차 배터리를 전력망과 연결해 전력을 양방향으로 주고받는 기술이다. 전력 수요가 낮은 심야 시간에는 차량을 충전하고, 수요가 몰리는 낮 시간에는 차량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을 전력망으로 보내 전력 수급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로 에너지 안보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전력망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V2G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10㎾급 양방향 충전이 가능한 전기차 10만 대가 동시에 1시간 방전하면 최대 1GW 규모의 양수발전소 또는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맞먹는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이는 약 80만명이 1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가 2030년 420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V2G가 본격 보급되면 대체 전력 자원으로서 역할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 분석을 적용하면 420만 대는 1GW급 발전설비 42기에 해당하는 전력 자원으로 활용 가능하다.
비용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크다. 42GW 규모 전력 인프라를 구축한다고 가정하면 양수발전에는 약 84조원이 필요하지만, V2G는 약 5조4600억원으로 가능해 최대 78조5000억원의 설비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구축 기간도 양수발전은 7년 이상, 고정형 배터리저장장치(BESS)는 6개월 이상이 필요한 반면 V2G는 기존 전기차와 충전 인프라를 활용해 약 1개월이면 구축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제주도에서 아이오닉 9과 EV9 보유 고객 40명을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제주도에서 모빌리티 플랫폼 ‘쏘카’와 손잡고 V2G 시범서비스를 운영해 온 이후 일반 고객인 제주도민을 대상으로도 시범 운영 적용 범위를 한층 넓혔다.
참여 고객들은 국내 최초로 가정에서 차량과 전력망 간 충·방전을 경험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고객의 충전 패턴과 배터리 수용도 등을 분석해 상용 서비스 모델과 보상 체계를 설계할 계획이다.
시범 서비스에 참여한 고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라고 현대차그룹은 설명했다. EV9 차주는 “충전기를 연결하기만 하면 돼 기존 충전과 크게 다르지 않고, 최소 배터리 잔량도 설정할 수 있어 방전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아이오닉 9 차주는 “전용 요금제와 세제 혜택, 전용 주차구역 등이 마련되면 이용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국내 V2G 상용화를 위해서는 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는 전기차가 전력시장 참여 주체나 분산 에너지 자원으로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아 전력 거래와 보상 체계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V2G가 국가 전력망을 보완하는 전력 자원으로 상용화 문턱까지 다가섰다”며 “국내도 제주 실증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규제 개선과 함께 전기차의 전력시장 참여와 정산·보상 기준 등 제도적 기반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