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이 벌어도 배당 못하는 보험사들…‘진짜 속사정’ 뭐길래

이익 충분히 발생해도, 배당 막는 준비금 부담 커
2023년 34조→2025년 53조…올해 1분기 5조↑
회사 규모에 따른 온도차에 근본 원인 진단도 달라
금융당국도 신중 모드…실제 개선까진 시간 필요


보험업계가 배당 여력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견해를 내비치면서 업계 안팎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그러는 새 보험업계 해약환급금준비금은 2023년 말 34조원에서 올 1분기 58조원으로 불어났다. [제미나이를 이용해 제작함]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은행주가 배당소득 분리과세 시행에 배당주로 주목받는 사이 유력 보험사조차 이익을 내고도 최대 3년간 배당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새 회계제도에 따라 보험 중도 해지에 대비한 ‘해약환급금준비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최근 2년 3개월 새 70% 넘게 불어났다. 제도를 개선하자는 목소리도 보험업권 내에서 통일되지 못하고 있다.

영업 잘해 이익 쌓아도 못 푸는 돈


8일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생명보험·손해보험사 전체의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올해 3월 말 58조1188억원으로, 지난해 말(53조1088억원)보다 석 달 만에 5조원 넘게 늘었다. 2023년 말 34조원, 2024년 말 38조원에서 지난해 한 해에만 15조원 가까이 급증하는 등 증가세가 가파르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고객이 보험을 중도에 해지할 때 돌려줄 돈이 모자라지 않도록 보험사가 미리 쌓아두는 법정 준비금을 말한다. 2023년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과 함께 시행됐다.

업계의 우려는 이 돈이 장부상 이익으로 잡히면서도 배당 재원으로는 쓸 수 없다는 점이다. 보험을 많이 팔수록 준비금도 그만큼 더 쌓아야 한다. 결국 준비금이 불어나는 속도보다 이익이 더 빠르게 늘어야, 그 여분으로 배당할 수 있는 구조다. 삼성생명·삼성화재·DB손해보험 등이 배당을 이어가는 것도 이익 규모가 준비금 적립 부담을 웃돌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회사가 소수라는 점이다. 그동안 배당을 지속해 온 한화생명이나 현대해상은 각각 2023년과 2024년 결산부터 배당을 중단했다.

같은 보험업계서도 서로 다른 셈법


보험업계는 준비금 적립 부담을 낮춰 달라고 금융당국에 지속해서 건의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목소리가 하나로 모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본에 여유가 있어 배당을 이어가는 회사에는 서두를 이유가 없지만, 흑자를 내고도 배당을 멈춘 회사에는 사활이 걸린 현안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배당하려면 영업을 잘해야 하는데, 지금은 신계약을 팔수록 쌓아야 할 준비금이 늘어 배당이 더 멀어진다”고 말했다. 반면 배당 여력이 넉넉한 일부 회사는 준비금 적립이 주주환원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준비금은 내년 도입되는 새 건전성 지표인 기본자본 킥스(K-ICS·지급여력비율) 산정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하는 만큼, 배당과 건전성 양쪽을 옥죄는 이중 부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달리 제도보다 과열된 영업 경쟁이 먼저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설계사에게 수당을 앞당겨 주며 벌이는 과도한 신계약 경쟁이 준비금을 불리는 진짜 원인인 만큼, 이를 놔둔 채 제도만 풀면 경쟁이 더 과열돼 소비자 피해로 번질 수 있다는 신중론이다.

중소형사에서 느끼는 부담은 더욱 크다. 중형 보험사 관계자는 “대형사는 이익을 내는 창구, 자본 확대 수단이 다양하지만, 중소형사는 준비금 적립이 곧바로 자본비율과 경영 전략에 영향을 준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업계 요구가 모이지 않으니, 금융당국도 서둘러 나설 유인이 크지 않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업계 의견을 듣고 있지만, 배당 여부는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고려사항이 아니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학계 출신 한 보험 전문가는 “준비금이 늘면 배당 가능 이익이 줄어드는 것은 제도상 분명한 구조”라며 “다만 이 준비금이 정말 배당할 수 없는 자본인지, 세무 처리 방식은 적정한지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