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정통망법, 끝 아닌 시작” 노무현재단 등 4개 단체 3대 과제 촉구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혐오 표현을 규제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7일 시행된 가운데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등 4개 단체가 요건 구체화 등의 3대 과제를 제시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노무현재단, 4·16재단, 5·18기념재단, 제주4·3평화재단 등 4개 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개정 정보통신망법의 시행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4개 단체는 먼저 “이번 개정은 그동안 법적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혐오 표현을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정보’로 처음 규정했다는 점에서 뜻깊은 진전”이라며 “대규모 플랫폼에 신고·처리 의무를 부과하고 피해자 규제 경로를 제도화한 점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3가지 핵심 과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며 ▷불법정보 규율 요건 완화·구체화 대규모 플랫폼 지정 기준 현실화 플랫폼의 체계적 위험관리 의무 도입 및 선제적 책임 강화 등을 주장했다.

개정안은 ‘증오심을 심각하게 조장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현저히 훼손’하는 정보에 한해서만 규율할 수 있도록 해 법 조항의 모호성이 적용을 어렵게 만들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단체들은 “‘심각하게’와 ‘현저히’라는 이중의 고강도 요건은 권리 침해 입증을 어렵게 만들고, 현장에서 실제로 피해를 야기하는 대부분의 혐오 콘텐츠를 법 적용 밖에 놓아둔다”며 “단일 게시물만을 기준으로 하는 판단 체계는 이러한 피해 구조를 포착하지 못한다. 이중 요건을 완화하고, 콘텐츠 유해성 판단 시 누적성과 반복성을 명문화해 피해자 구제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현행 기준으론 중소형 커뮤니티들이 규제 사각지대에 남을 수 있다며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체들은 “(개정안의)신고·처리 의무는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만 적용되고 시행령은 그 기준을 직전 3개월간 일평균 이용자 수(DAU) 100만 명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면서 “실질적인 피해 확산을 막으려면 기준을 일평균 이용자 수 50만 명 이상으로 낮춰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이용자 수라는 단일 기준만으로는 플랫폼의 혐오 콘텐츠 유통 실태를 반영하기 어려워 혐오·불법 정보 유통 비중 등 다층적 기준도 함께 적용할 것을 주문했다.

플랫폼 사업자들도 관리 책임과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아울러 플랫폼이 불법·왜곡 정보를 기술적으로 필터링할 수 있는 조치를 강제해야 한다는 관점도 피력했다.

성명은 “대규모 플랫폼에 사후적인 신고 처리 의무만을 부과하고 있어 플랫폼이 알고리즘을 통해 혐오와 왜곡 정보를 확산시키고 수익을 올리는 구조적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며 개정안이 정보 게재자에게만 책임을 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처럼 거대 플랫폼 사업자에게 시스템이 야기하는 체계적 위험관리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면서 “플랫폼은 자신의 서비스가 역사 왜곡 및 혐오 표현을 증폭시키지 않도록 위험을 스스로 평가하고 완화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단체들은 아울러 “이번 법 시행이 온라인 불법정보와 허위조작정보 대응 체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3대 과제의 신속한 입법적·행정적 개선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7·7법’으로 불리는 정통망법 개정안은 온라인상에 고의적으로 불법 또는 허위·조작 정보를 유통해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가중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잇다.

또한 법원 판결 등으로 확인된 불법, 허위·조작정보를 반복 유통하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이번 법안에 대해 헌법소원과 전면 재개정 추진을 예고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으로 기업의 자유를 침해하더니 ‘입틀막법’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면서 “마녀사냥식 폭력을 일상으로 만들고 공포와 침묵의 사회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원내대표는 “입틀막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고, 독소조항을 삭제한 전면 재개정안의 당론 발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