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남친이 따라왔어요’…스토킹 긴급조치 4년간 2배 로 늘었다 [세상&]

지난 5일 성남에서 ‘또’ 스토킹 살해
경찰 긴급응급조치 4년 새 2배 증가
고위험 스토킹 피해자 보호체계 마련
“제도 보완 통한 물리적 분리 필요”


스토킹 연출 이미지. [AI로 제작]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최근 다시 과거 연인을 찾아가 살해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스토킹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스토킹 신고 건수와 경찰의 직권 보호 방안인 ‘긴급응급조치’ 건수는 스토킹처벌법 제정 이후 가파르게 늘고 있다.

경찰과 법무부는 제도의 공백을 보완해 스토킹 범죄에 대응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보다 적극적인 물리적 분리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사설 경호업체까지 찾는 형편이다.

경찰 긴급응급조치 해마다 늘어


7일 경찰청의 2021~2025년 긴급응급조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이 집행한 긴급응급조치 건수는 7911건이다. 2021년 10월께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 경찰이 긴급응급조치를 시작한 지 약 4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2022년 3402건 ▷2023년 4046건 ▷2024년 4610건으로 매년 눈에 띄게 증가하는 모양새다.

2022~2025년 경찰 긴급응급조치 집행 건수. 경찰이 스토킹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직권으로 집행할 수 있는 긴급응급조치 건수는 4년간 2배 이상 늘었다. 이영기 기자


경찰의 긴급응급조치는 경찰이 직권으로 집행할 수 있는 피해자 보호조치다. 피해자에 대한 100m 접근 금지와 통신·전화 등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등이 있다. 법원으로부터 잠정조치를 받기 전 최대 1개월 동안 적용할 수 있다.

스토킹 정책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5월 발생한 동탄 스토킹 살인 사건 이후로 긴급응급조치 강화 지시가 있었다”며 “그 후에도 사건이 이어져 적극적인 대응 기조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도 적극적인 긴급응급조치를 통해 피해 예방에 나서고 있지만 사각지대도 있다. 지난 5일 새벽 경기 성남시 중원구의 한 길거리에서 50대 남성 A씨가 과거 교제했던 60대 여성 B씨를 흉기로 살해했다. 피의자는 피해자가 집에 돌아오는 경로에서 기다리다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습격을 받자 보호용 스마트워치로 신고했다. 경찰이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그 사이 참극을 막지는 못했다. 피해자는 끝내 숨졌고 A씨는 자해 후 회복 중이다.

지난 2021년 10월 제주시 연동의 한 주택에서 열린 신변 보호용 인공지능 폐쇄회로(CC)TV 시연회에서 경찰이 신변보호대상자가 CCTV를 통해 침입자를 확인, 스마트워치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연합]


지난 3월 경기 남양주시 오남읍의 한 길거리에서 김훈(44)은 과거 교제하던 여성을 찾아가 살해했다. 피해자는 당시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있었다. 범행 직전 스마트워치로 신고도 했지만 비극을 막지는 못했다.

특히 당시 김훈은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스토킹 피해 예방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다.

김훈은 2013년 강간치상 사건으로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아 2016년 7월부터 2029년 7월까지 착용 중인 상태였다. 그러나 해당 전자발찌는 김훈이 스토킹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상황을 경보하지는 못했다. 스토킹 사건 정보에 활용할 근거가 미비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제도적 공백을 채우려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경찰과 법무부는 지난 6일 살인·성폭력 등 범죄자가 추가 스토킹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고위험 대상자 협력 대응’을 시행했다.

스토킹 연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과거 살인·성폭력·강도 등 특정범죄를 저질러 전자발찌를 착용한 대상자가 추가로 스토킹이나 가정폭력 범죄를 저질러,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경우 기관 간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전문가들은 나아가 스토킹 가해자와 피해자 간 오차 없는 물리적 분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스토킹 범죄는 근본적으로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시간과 공간에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며 “원천적으로 가해자의 접근을 차단해야 한다. 스마트워치만으로는 피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다 적극적으로 가해자들이 전자장치를 착용하도록 해서 피해자 주변으로 접근하면 즉시 출동하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스토킹 범죄 가해자들은 집요하게 피해자를 괴롭히겠다는 범행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며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해자의 접근을 막기가 어렵다. 접근 금지 조치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스토킹 범죄 늘자 사설 경호까지 찾는다


연이은 스토킹·교제 살인과 공적 영역에서 보호받기 어렵다는 불안감에 경호업체를 찾는 경우도 늘고 있다.

스토킹 전문 경호업체 관계자는 “이별을 통보할 때 동행해달라는 요청이 월 10건 정도 있다”며 “최근 들어서 스토킹 관련 문의가 잦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뢰인은 대부분 20~40대 여성이라고 한다.

스토킹 연출 이미지. 기사와는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의뢰인이 연인에게 이별을 통보할 때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카페 등 장소에서 경호원은 다른 손님인 것처럼 위장해 의뢰인을 보호한다.

경호원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가 상황이 격해지면 상황 악화를 막아주는 경우도 다반사다. 업체 관계자는 “나서서 말릴 때도 주변 사람인 것처럼 행동한다”며 “경호업체라는 걸 밝히면 상대방을 더 자극해 위험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스토킹 가해자가 훈방 조치된 경우 ▷은행 직원에 대한 고객의 스토킹 등 다양한 형태의 스토킹 범죄에 대한 경호 사례가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