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대비 최대 73% 가격 올려
전분 및 전분당 제조·판매업체 4곳이 7년 넘게 판매가격을 담합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70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가 담합 사건에 부과한 과징금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가격 담합에 이어 이 업체들은 전분당 입찰 담합과 전분당 부산물 가격 담합 의혹으로도 공정위 심의 절차를 밟게 됐다.
공정위는 대상·사조CPK·삼양사·CJ제일제당 등 4개 업체의 전분 및 전분당 판매가격 담합 행위에 대해 금지명령과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 등 시정명령과 함께 총 7475억7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과징금은 종전 최대였던 2010년 LPG 공급사 담합사건(6689억원)을 넘어선 규모로, 올해 설탕 제조·판매업체 담합사건(3960억원)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전분당은 물엿·액상과당 등의 원료로 식품과 제조업 전반에 사용되는 기초 소재다. 정부는 국민 물가와 산업경쟁력을 고려해 2021년부터 매년 200만톤 규모의 가공용 옥수수에 할당관세(0%)를 적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업체들은 국내 기업간거래(B2B)시장에서 전분 95.7%, 전분당 86.4%의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장기간 담합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 조사결과, 이 업체들은 2018년 5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7년 5개월 동안 총 13차례에 걸쳐 가격을 공동으로 결정했다. 국제 옥수수 가격이 상승할 때는 원가 상승분을 신속히 거래처에 전가하기 위해 판매가격 인상을 8차례 합의했고 가격 하락 때는 인하폭을 최소화하고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방식으로 5차례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가격변동 폭과 적용시점은 물론 환율과 원료가 등 가격인상 근거, 공문발송 순서와 시기까지 사전에 맞춘 뒤 서로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거래처 협상에도 공동 대응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들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국제 옥수수 가격이 급등한 시기 담합을 통해 담합을 시작한 2018년 5월 대비 전분당 판매가격을 최대 73%까지 인상했고 이후 원가가 하락한 뒤에도 판매가격 인하 폭을 최소화해 영업이익을 개선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 부담은 실수요처와 대리점, 나아가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됐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담합 이전 경쟁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 전분당 가격을 독자적으로 다시 결정하도록 명령하고 향후 3년간 반기마다 가격 변경 내역을 보고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이날 대상·사조CPK·삼양사·CJ제일제당 등 4개 업체의 전분당 입찰 담합 사건과 대상·사조CPK·삼양사 등 3개 업체의 전분당 부산물 가격 담합 사건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각각 위원회에 제출하고 피심인들에게 송부하며 심의 절차를 개시했다. 심사관은 두 사건 모두 공정거래법상 ‘매우 중대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 의견을 제시했다. 최종 제재 여부와 수준은 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관련 법령상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어 입찰 담합 사건은 최대 약 1880억원, 부산물 가격 담합 사건은 최대 약 310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양영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