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사실상 차단…깐깐한 기준에 현장 고심

금융위·거래소, 가이드라인 발표
물적분할시 ‘3% 룰’ 주주동의 필수
‘케바케’ 심사에 기업 혼란 가중



금융당국이 자회사의 중복상장을 원칙 금지하고, 세부 예외기준을 발표하면서 투자 및 재계 일선 현장에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부 가이드라인으로 불확실성이 완화됐다는 데엔 긍정적이지만, 까다로운 심사기준과 소위 ‘3% 룰’ 적용 등으로 인해 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가 막혀 성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이다. ▶관련기사 4면

특히, 중복상장 관련 각 기업의 상황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향후사례별 대응하겠다는 식의 가이드라인에 일선 현장의 혼란은 가중되는 형국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중복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들은 6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중복상장 원칙금지·예외허용을 위한 세부기준’ 가이드라인을 두고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모회사 이사회에 상법상 주주충실의무를 구체화한 5대 의무를 부과하고,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를 대폭 강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상장을 추진하는 모회사 이사회는 중복상장이 주주에게 미칠 영향 평가를 실시하고, 주주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주주소통 또는 주주동의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또 이 모든 이행 과정은 ‘독립적 특별위원회’의 사전 심의 및 의결을 거쳐야 한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주주동의’ 절차다. 거래소는 일반주주 보호 필요성에 상응하는 주주 보호 노력을 심사하며 그 원칙으로 주주동의를 권고했다.

특히 일반 자회사가 아닌, 모회사의 핵심 사업을 떼어낸 ‘물적분할 자회사’의 경우에는 주주동의가 필수로 요구된다. 주주동의를 인정하는 기준으로는 상법상 감사위원 선임에 준하는 이른바 ‘3% 룰’이 적용된다.

3% 룰은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하고, 참여주식의 과반 찬성, 발행주식 총 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을 받아야 안건이 가결된다. 기존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설립된 HD현대로보틱스, SK플라즈마 등은 이 3% 룰의 영향을 받는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3% 룰은 해외 어디에도 없는 제도로, 자기 재산에 대해 정당한 재산권을 행사해야 할 대주주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이사회와 주주총회의 결의 사항은 이미 법률로 정해져 있는데, 3% 룰이 남용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일반 자회사의 경우에는 주주동의를 받지 못하더라도 거래소가 엄격하게 개별 심사하기로 했다. 거래소는 “자회사의 사업자금 조달 필요성 및 대안의 존재 여부, 산업 특성, 모·자회사 관계형성 경위 및 기간, 상대적 비중 등을 기반으로 요구 수준을 차별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선 자금 조달의 필요성이나 첨단산업 여부, 모자회사 관계 파악 등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사례가 아직은 없는 상황이라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호소한다.

상장이 무산될 경우 닥칠 후폭풍도 상당하다. 자회사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했던 재무적투자자(FI)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가로막히면 대규모 법적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 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가 막히면서 사모투자 유치 등 다른 자금 조달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김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