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 자금조달 창구 감소, 투자경색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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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중복상장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기업공개(IPO)을 전제로 재무적투자자(FI) 자금을 유치했던 기업들이 수천억원대 ‘청구서’를 받아들 위기에 놓였다.
7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공개한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중복상장 규제 대상은 물적분할로 설립된 회사뿐 아니라 인수·신설한 자회사도 포함된다. 물적분할 자회사는 모회사 주주들의 동의를 필수로 요구한다. 인수 또는 신설 자회사 상장을 시도할 경우에는 주주 동의를 받거나 주주 동의가 없을 시 거래소가 주주충실의무 지켰는지 개별 심사할 방침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가이드라인에 대해 ‘고강도 규제’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산업이나 거래 유형을 제시하기보다 주주총회, 이사회 등 의사결정기관의 판단에 근거하거나 특별위원회, 거래소 심사 등 ‘절차’ 중심 안내를 내놓으며 사실상 중복상장을 ‘원칙적 금지’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왔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개별기업의 특이성에 따라 한시적으로라도 예외를 뒀다면 시장 불확실성이 훨씬 줄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가장 먼저 압박을 받는 곳은 적격상장(Q-IPO)을 조건으로 사모펀드 등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한 기업들이다. 계약상 정해진 기한 내 상장을 추진할지, FI에 투자금을 되돌려줄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특히 향후 수년 내 상장을 약속한 기업들은 당장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기존 FI 엑시트(투자금회수)를 위해 모회사 등이 직접 자금을 투입하거나 새 FI를 찾는 과정이 불가피하다. 프리IPO(상장전지분투자) 당시 보장했던 내부수익률(IRR)이 통상 5~10%인 점을 고려하면 투자 원금에 누적 수익률을 더한 상환 부담은 수천억원에 달한다.
LS그룹의 LS MnM과 LS에식스솔루션즈 등이 대표적이다. LS MnM은 2022년 JKL파트너스로부터 4700억원 규모 교환사채(EB) 투자를 유치하며 2027년 8월까지 상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LS에식스솔루션즈는 지난해 미래에센자산운용·KCGI 컨소시엄으로부터 2950억원 규모 프리IPO 투자를 유치하고 곧바로 상장을 시도했으나, 1월 상장 신청을 전면 철회했다. 계약서상 상장 기한은 2030년 8월까지로 비교적 여유가 있지만 상장을 전제로 계획했던 대규모 투자와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IB업계 관계자는 “상장 기한이 임박한 기업은 강화된 규제의 ‘첫 타자’가 되는데 부담이 큰 만큼 지분 매입이나 추가 투자유치 논의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SK스퀘어 자회사 티맵모빌리티도 FI 협상 부담이 남아있다. 2021년 어펄마캐피탈·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로부터 총 40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당초 지난 2025년까지였던 IPO 시점은 2027년까지로 미뤄졌다. 티맵모빌리티 측은 올해 초 FI 보유 지분 중 절반가량을 사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더 큰 부담은 신산업 자금조달 창구가 좁아지는데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 상장 대기업 집단 내부에서 반도체, 배터리, 수소, 환경 등 대규모 설비투자(CAPEX)가 필요한 신사업을 키우면서 상장을 조건으로 한 자금을 조달해왔다. 모회사의 현금 창출력과 차입 여력만으로 투자 규모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자본시장이 커서 비상장 자회사도 자금 조달이 용이하다. 대만이나 홍콩에 비하면 한국은 산업 포트폴리오가 훨씬 다양하다는 점을 간과했다”며 “자본시장 규모, 산업 구조 측면에서 중복상장이 고려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박지영 기자

